[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궁궐에서 남몰래 여장을 즐기는 왕자, 부잣집 부모로 운명을 바꿔주는 금수저, 살인사건에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개인 방송.
최근 드라마를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도발적인 소재들이 봇물을 이룬다. 누가 더 도발적이고 신선한지 대결을 펼치는 듯한 모양새다.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치킨게임이 한창이다.
문제는 자극적인 것을 넘어 기존의 가치관과 통념을 뒤흔드는 소재임에도 신선하다는 이유로 대중에 빠르게 수용된다는 데 있다.
'조선판 스카이 캐슬'로 불리는 tvN 퓨전사극 '슈룹'은 동성애자인 왕자를 품는 모성애를 그려 이목을 끌었다.
과거에도 사극에 동성애자 캐릭터가 등장하긴 했지만,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슈룹'에서는 국모인 중전 화령(김혜수 분)이 남몰래 여성으로 분장하고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셋째아들 계성대군(유선호)을 감싸 안는 모습이 그려졌다. 모성애를 앞세워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비판적 시선을 차단했다.
제작진은 현대 문제를 시대극으로 가져가 새롭게 풀어내고자 했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설정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슈룹은 줄곧 농도 짙은 감정과 위기 상황으로 화령과 계성대군을 내몰면서 시청자들에게 합의되지 않은 예외를 강요한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아무리 예외적인 설정이라 하더라도 보편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게 맞다.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우리 부모가 부자라면'이란 희망 사항을 판타지로 다룬다.
'부모를 훔쳐서 부자가 된다'는 문구가 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기 웹툰 원작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주인공 이승천(육성재)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금수저를 손에 넣은 후 부모와 자신의 처지를 바꾸는 과정을 담았다.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가족'이란 소재, 이 소재를 특수한 능력을 통해 뒤집고 가난했던 주인공이 최상위 재벌 집의 아들이 된다는 설정은 굉장히 도발적이다.
드라마에서 '가족'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전락된다.
JTBC 주말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법으로 철옹성을 쌓은 한 법복 가족의 욕망과 위선적 삶을 포착한 작품으로, 이들의 비밀이 폭로되며 추락하는 스캔들을 다룬다.
현직 법조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쓴 대본인 만큼 법조계 카르텔이 리얼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식상한 재벌가 뒷 얘기에 불륜, 치정, 복수 등 온갖 막장 키워드 범벅이다.
자극적인 소재는 언제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자극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마약처럼 더 센 것을 좇게 된다. 자칫 과도한 설정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드라마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랬다. 유행을 선도하기도 하고 반영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그저 드라마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소재가 범람하는 지금, 재미와 신선함에 속아 진정한 가치들을 잊고 살진 않았는 지 함께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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