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죄와 욕망의 진원지는 하나님처럼 되겠다는 인간의 오만에 있었다. 

인간은 왜 '창조주 자리를 욕망'하는가. 그리고 그 대가는 무엇인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2025)은 이 오래된 질문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려낸다. 

비극의 시작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아니다. 창조주를 자처한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서 출발한다.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는 집착, 죽음을 이기겠다는 오만, 그리고 결국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세상에 내놓은 책임의 붕괴. 이것이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신학적·도덕적 질문이다.

생명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 창조주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파국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영화는 바로 이 금지선을 넘어선 인간의 욕망이 어떤 재앙적 결과를 낳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영화는 빅터가 만들어낸 존재를 단순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더 고독하며, 더 절규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당신은 왜 나를 만들었습니까." 프랑켄슈타인의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탄식처럼 들린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책임져 주시지만, 인간은 그 책임에서 도망친다. 결국 영화 속 괴물이 괴물이 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고딕 호러를 넘어서 인간의 욕망이 만든 비극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배열한다. 죽음을 정복하려는 과학 기술, 생명조작의 유혹, 신의 자리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이는 '생명윤리'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금, 더욱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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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성취를 향한 강박, 성공을 향한 집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무수한 '희생자들'. 영화는 이를 은유적으로 비춘다.

감독은 빅터를 벌주는 대신, 관객에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

도망치던 빅터는 결국 괴물 앞에 무릎 꿇는다. 자신이 만든 존재의 비극을 마주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한다. 오만으로 시작된 욕망의 끝은 참회의 자리에서 비로소 종결된다.

괴물은 복수가 아닌 그저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 상처 속에서 살아가기로 결단한다. 거스를 수 없는 섭리에 순응하기로 한다. 그 순간 그는 '괴물'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홀로 선다.   

영화는 그 한 걸음을 묵묵히, 가장 슬픈 아름다움으로 포착한다. "그리하여 마음은 부서질 것이나, 부서진 채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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