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충무로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에녹 목사.ⓒ데일리굿뉴스
▲지난 19일 충무로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에녹 목사.ⓒ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영의 세계를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모든 문제를 영적으로만 해석하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19일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에녹 목사(대한민국축구선교회 설립자)는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무속 문화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십수 년 동안 무속 세계 깊숙이 빠져 살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녔던 그는 결혼 후 안정된 삶을 누렸지만, 군 복무 중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머니 영혼이 좋은 곳에 갔을까"라는 불안은 결국 그를 점집으로 이끌었다.

마음이 취약해진 상태였던 그는 '쉬운 먹잇감'이었다. 협박에 시달리며 내림굿까지 받았고, 10년 넘게 무속에 종속된 삶을 살았다.

그는 "어머니 귀신이 붙었고 내가 무당이 되지 않으면 가족 중 누군가가 대신 내림굿을 받아야 한다는 협박이 이어졌다"며 "주말마다 '명산'이라 불리는 곳들을 찾아가 촛불을 켜고 빌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 목사는 직장을 잃었고, 뒤늦게 시작한 사업도 실패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누나의 권유로 교회를 찾으면서다. 교리를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래 짓눌렸던 영적 억압에서 서서히 해방되는 것을 느꼈다. 꿈속에서 봤던 '어머니의 형상'이 실은 귀신의 미혹이었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됐다.

"교회에 나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무속인들의 협박에도, 그는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죽기 살기로 하나님께 매달렸다. 일주일에 11번씩 교회에 나갈 만큼 간절했고, 복음을 정확히 알고자 신학 공부도 시작했다. 

하나님을 만난 후 무속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는 사역자의 길을 택했다. 현재 스포츠 선교, 교정 사역, 간증 집회 등 다양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찬양 앨범도 발표하며 찬양사역자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교회에서 간증하고 있는 박에녹 목사.(본인제공)
▲교회에서 간증하고 있는 박에녹 목사.(본인제공)

박 목사는 사역 과정에서 한국교회 안에도 무속적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목도했다고 했다.

그는 "신앙은 가지고 있지만 유교·불교·샤머니즘이 섞인 혼합적 세계관을 여전히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며 "십자가 목걸이나 성경책을 부적처럼 여기거나, 교회 터가 나빠 부흥이 안 된다고 우려하는 모습도 흔하다. 믿는다 말하면서도 '손 없는 날', 사주팔자, 작명 철학관을 찾는 것은 무속적 세계관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난이나 질병을 지나치게 영적 문제로만 해석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박 목사는 "이 기저에는 불안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다"며 "먹고 살기 힘들 수록 사람들은 확실한 해답을 찾고 싶어한다. 무속이 불안한 마음을 채워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도 이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특히 정신건강 문제와 무속적 사고가 결합할 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우울증과 불안, 공황장애 같은 정신 질환을 '귀신 들림'이나 '영적 공격'으로 단정하는 일부 교회의 시각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등 영적 문제로 해석해 신유집회나 안찰(때리며 기도하는 행위),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상담 요청자 중 90%는 귀신 들림이 아니라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병이 악화될 뿐 아니라, 때로는 폭행이나 감금 등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목사는 이런 왜곡된 신앙을 바로잡으려면 결국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를 학교에 비유해 '성경은 교과서이고 기도는 참고서'라고 설명하며, 기본을 놓치지 않는 게 신앙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동체 안의 '사랑'이 더해질 때 교회는 비로소 제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행기가 두 날개로 균형을 이뤄야 날 수 있듯, 말씀과 기도의 균형이 있을 때 신앙도 건강해진다"며 "교회 공동체가 사랑으로 서로를 품고, 신앙의 기본만 잘 지킨다면 굳이 신령하다는 곳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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