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불붙은 논쟁…그리스도다운 태도는?
작은 자들의 목소리 귀기울여야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출근 길 지하철. 장애인들의 '휠체어' 시위를 대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이해한다는 입장부터 시민들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것 아니냐는 격양된 반응까지 나온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나선 투쟁은 시위에 대한 정당성이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면서 정작 장애인들의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천폐연대의 출근길 시위는 지난 연말부터 시작됐다. 최근엔 잠정 중단하고 삭발투쟁으로 전환한 상태다.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들 시위를 '비문명적, 불법 투쟁'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불러왔다. 그의 발언은 찬반논쟁으로 폭발했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 방식에 불편한 반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가 이런 방식의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 부부가 사망한 뒤로 20여 년간 장애인들은 이동권을 요구하며 싸워왔다.
장애인들이 지난한 세월 속에서 겪었을 설움과 불편은 비장애인들이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들도 비장애인처럼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고 싶지만 현실 장벽은 여전히 높다.
서울시 장애인만 40만 명. 전체 인구의 4%가 넘는다. 그럼에도 장애인 저상버스 비율은 2020년 전국 기준 30%가 안 된다. 시외·고속버스 중에는 저상버스가 거의 없다. 콜택시는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잡을 수 있다. 일상에서 그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장애인들은 지하철 승강기와 저상버스 도입 확대, 장애인 콜택시 운영예산 국고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개정된 교통약자법에 요구사항이 빠진 데다 시행령마저 마련되지 않아 어렵게 됐다.
이들이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도 아니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서울시 역사에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박원순 시장이 "2022년엔 모든 지하철 승강장에서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기어이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그 이면에는 수많은 약속들이 쌓아온 배신감, 절박함이 깔려 있다.
장애인 복지 정책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민낯은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제는 더 이상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장애인 권리 보장은 특정 누구의 일이 아닌,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누가 장애인이 되더라도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 예외는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올 초 시위 현장을 찾은 한국교회총연합 류영모 대표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라며 "장애인들을 비롯한 작은 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한국교회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길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고난 주간을 맞아 장애인 이동권 투쟁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NCCK 이홍정 총무는 "혐오와 배제로 생긴 위험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생명 안전을 누리는 사회가 되야 한다"면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공동체가 되기 위해 신앙의식을 깨우고, 변화의 역사를 만들자"고 권면했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예수님께서도 가난하고 병든 지극히 작은 자들을 귀중하게 보시면서 긍휼과 자비로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건네셨다.
작은 자들을 감싸고 보호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일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논쟁으로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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