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하는 고교생 커플.(tvN 제공)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하는 고교생 커플.(tvN 제공)

"사고 아니라 사랑이에요. 우리."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청소년 임신 문제를 들고 왔다. 전교 1·2등 고교생 커플이 뒤늦게 임신 6개월이란 사실을 알고 출산을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꽤나 자세히 그렸다. 낙태를 위해 불법으로 약을 거래하고, 병원에서 중절수술 상담을 받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다뤘다.  

현실 문제에 집중하나 했지만, 청소년 임신이라는 소재를 풋풋한 사랑으로 포장하는 듯 보였다. 보는 내내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출산으로 인해 맞닥뜨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건 일부일 뿐, 드라마 속 상황은 결과적으로 꽃밭이다. 

낭만과 로맨스로 덧씌우기엔 현실은 결코 꽃밭이 아니다. 드라마 방영 직후 시청자들은 청소년 임신을 미화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 누리꾼은 "전교 1등에 임신한 고3 캐릭터를 만든 의도가 뭐냐"며 "폭력적이고 가학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고등학생들에게 환상만 심어주는 것 같다"며 "청소년 임신을 조장할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작가는 따뜻한 인간애를 통해 10대의 사랑에 대한 공감을 바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의 성과 임신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한 장면. 극중 산부인과에 방문한 고등학생 영주.(tvN 제공)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한 장면. 극중 산부인과에 방문한 고등학생 영주.(tvN 제공)

얼마 전엔 미성년자 임신·출산 현실을 다룬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MBN 예능 '고딩엄빠'다.

'고딩엄빠'는 10대 나이에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게 된 고등학교 부모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영 전부터 청소년 임신을 조장·미화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른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된 이들에게서 듣는 10대들의 문화와 성 이야기부터 청소년 부모를 위한 전문가의 교육법 등 눈길이 가는 소재이기는 하다. 

▲지난 3월부터 방영 중인 예능 '고딩엄빠'.
▲지난 3월부터 방영 중인 예능 '고딩엄빠'.

현실을 미화하진 않지만, 출연자의 일상을 '재밌는 구경거리'이자 '기특한 애들'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청소년 임신 소재의 잇따른 등장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의 성과 사랑'을 더 이상 감춰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성과 임신이 가벼운 소재 거리로 전락해선 안 되지 않을까.  

10대의 임신은 사회문제에 그치지 않고 의학적인 문제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청소년은 신체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임신할 경우 자궁기능부전, 임신성 고혈압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 청소년 임신이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또한 청소년 임신은 높은 낙태율로도 이어진다. 산부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임신의 경우 85%가량이 낙태를 선택한다. 

그래서인가 최근 교계 안팎에서 청소년 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반갑다. 특히 기독교계는 성경적 성교육 등으로 다음 세대에 올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주려고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이길수 복음의료보건인협회 대표는 한 세미나에서 "조기 성애화와 음란물에 무방비인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공교육과 상업적 미디어 환경에서 진행되는 조기 성애화는 결국 개인의 인성과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참된 성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은 환경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사회문제인 청소년 임신을 다루는 미디어는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청소년 임신 등이 소재가 되고 있는 현 상황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끝까지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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