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때  '잔여 콜레스테롤' 지표가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때  '잔여 콜레스테롤' 지표가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때 우리는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집중한다. LDL이 높으면 위험하고, 낮으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LDL 수치가 정상이거나 낮은 사람 중에서도 심혈관질환이 적잖게 발생하면서 기존 평가 방식만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하는 지표가 바로 '잔여 콜레스테롤'(remnant cholesterol)이다.

잔여 콜레스테롤은 초저밀도·중간밀도 지단백(VLDL·IDL)에 포함된 콜레스테롤로, 총콜레스테롤에서 LDL과 HDL 콜레스테롤을 뺀 값이다. 대개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빠르게 대사돼 혈액에서 사라지지만, 비만·지방간·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있으면 혈중에 오래 머물며 동맥경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의대 내과 강준구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잔여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을 대규모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2012년 건강검진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었던 20세 이상 성인 430만8천405명을 평균 9.3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심근경색 7만8,223건, 허혈성 뇌졸중 8만4,832건이 각각 발생했으며,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6,774명이었다.

연구 결과 잔여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그룹의 심근경색과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가장 낮은 그룹에 견줘 각각 1.42배, 1.30배 높았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2.19배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러한 위험 증가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확연했다.

최적 LDL 콜레스테롤(100mg/dL 미만)을 유지하고 있어도 잔여 콜레스테롤이 30mg/dL 이상인 경우 심근경색·허혈성 뇌졸중·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각각 1.24배, 1.29배, 1.83배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잔여 콜레스테롤은 독립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지표"라며 "특히 젊은 성인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 만큼 잔여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조기 예방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경고는 해외 연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은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30∼68세 성인 1만7,532명을 분석해 2021년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잔여 콜레스테롤'이 24mcg/dL(데시리터 당 마이크로그램) 이상이면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위험이 40∼5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를 넘는 사람 가운데는 5명 중 1명이 18년 안에 실제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을 경험했다.

잔여 콜레스테롤 상승은 LDL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서도 동일하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잔여 콜레스테롤이 높은 이들은 대부분 비만·당뇨병을 동반했고 거의 모두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다. 흡연·고혈압·연령·인종 등 다른 요인들을 모두 보정해도 위험은 유의하게 유지돼 잔여 콜레스테롤이 독립적 위험 지표임이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LDL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낮아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LDL은 여전히 핵심 관리 지표지만, 여기에 잔여 콜레스테롤을 더해 심혈관 위험을 보다 입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림의대 연구팀은 "젊은 나이에 잔여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조기에 생활습관 교정과 대사질환 관리가 필요하다"며 "LDL 중심의 기존 위험평가에서 벗어나 잔여 콜레스테롤까지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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