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원장ⓒ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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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젊었을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높은 자리에 감탄하기도 하고, 많은 가진 재산을 과시하는 모습에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쌓이면서 알게 된다. 사람을 가르는 건 그가 지닌 마음의 무게와 삶의 태도라는 것을.

살다보니 알겠더라. 인간관계도 어느 순간이더라. 살다보니 생각도 깊어지고 보이는 게 많아졌다. 영원한 인연도 없고, 영원한 사람도 없고, 영원한 아픔도 없다. 떠날 사람은 억지로 잡아도 떠나고, 남을 사람은 애쓰지 않아도 남는다. 바람이 불면 지나 갈 것은 바람따라 사라지고, 바위처럼 남을 것은 남아 있다.

살다보니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특히 눈앞에 이익만 쫒는 욕심많은 사람, 기본적인 약속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은 결국 갈등만 생기고 오래가지는 못하더라. 타인을 이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만 결국 주위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잔머리로 사람을 이용하기 위해 상황 따라 말을 바꾸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며 자신의 잔꾀를 믿고 살아가는 3류 야바위꾼처럼 행동하는 이도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은 의외로 단순해서, 진실을 향한 감각만큼은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응기응변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은 희망을 잃는다. 순간은 모면할지 몰라도 결국 신뢰를 잃고, 신뢰 없는 삶은 마른 땅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살다보니 인간관계도 달라진다. 인간관계가 많고 바쁜 것이 결코 행복도 아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어진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도 이사 가면 잊혀지고, 직장에서 만난 이도 퇴직하면 멀어진다. 돈으로 엮였던 관계는 이익에 따라 사라진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배신을 당해보기도 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단정하면 안 되겠다 다짐하게 된다. 

살다보니 사람을 대할 때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보게 된다. 사람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가 쌓아온 시간, 살아내는 삶의 진솔한 태도나 말이 아닌 행동에서, 웃음 뒤에 숨겨진 고독함에서, 말 한마디 손길 하나에 담긴 진심에서 그 사람의 삶이 읽혀진다. 

참 괜찮은 사람, 참 고마운 사람, 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한 사람, 오래도록 함께 해주고 싶은 사람, 미치도록 보고 싶은 사람 등 이런 사람 한명쯤은 있어야 살맛나는 인생이더라. 

살다보니 사람의 깊이가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형편에 따라 가지각색이기에 그 마음이 읽혀진다. 타인의 외로움 역시 그렇다. 짝이 없어 혼자 사는 것도 서럽겠지만, 함께 있음에도 정을 나누지 못하고 서로의 마음 문을 닫아버린 삶은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이다. 

함께 있음이 우연이나 웬수가 아닌 서로에게 축복이 되게 해야 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과 같이, 그의 편이 되어 거창하지 않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소소한 웃음을 나눌 수 있음에 행복하다는 것을 알겠더라. 5년이 지나고 10년이 되어도 변함없이 지지하고 응원해주며 동행해주는 사람 말이다. 

결국 삶은 그런 사람으로 채워지고, 사람을 통해 아픔은 비워진다. 조금 부족해도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없도록, 조금 모자라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도록, 조금 서운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도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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