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채무자는 채무 즉 갚아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일 카드값 등 채무를 갚아야 하는데 통장에 잔액이 부족하다면, 채무자는 마음이 불안해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고려하거나, 신용카드사의 다양한 서비스 즉, 카드값을 뒤로 미루는 ‘리볼빙’, 장기대출 상품인 ‘카드론’, 단기 대출상품인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본인의 신용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부모나 형제, 가까운 지인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며 괴롭히기도 한다.
어떻게든 이번 달 채무를 해결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다음 달 청구되는 금액은 더 크고 부담스럽다. 점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만약 불법 사채업자의 손을 잡는다면 스스로 지옥의 문을 여는 것과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는 누군가의 구원의 손길이, 아니 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채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채무자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사업이 무너지고, 일자리를 잃고, 건강이 악화되는 등 예기치 못한 경제적 위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이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채무 문제의 중심에는 신용카드가 있다. 신용카드는 단순히 현금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혹한다. 실직이나 폐업 등 소득이 없는 현실에서도 소비를 줄이지 못하도록 만든다. 청구서를 받아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채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교인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마음은 힘들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는 교인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듯, 평안의 미소를 보여주지만, 감춰진 진실 즉, 채무로 인한 경제·심리적 고통을 스스로 감당하며 괴로워 한다. 주일마다 찬양과 기도하면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심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이런 마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교회를 떠나는 교인이다. 신자로 자격 없다는 생각이 마음을 잠식한다. 그리고 헌금이나 성도들과 교제에 필요한 돈이 비록 작더라도, 그조차 부담돼 교회 공동체에서 멀어지게 된다.
세 번째는, 가장 심각한 경우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돈을 빌리는 교인이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며, 심지어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회 내 관계는 매우 친밀하기 때문에 돈을 쉽게 빌려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뢰하는 관계가 깨지고 서로를 꺼리게 만든다. 이로 인해 교회 공동체가 교인들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로 무너질 위험이 있다.
교회 내에 위기의 채무자가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공동체는 채무로 인해 상처받고 고립된 교인들을 정죄하기보다 그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채무 관련 전문 상담사를 연계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삶을 정비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교회 공동체는 그와 함께 동행하고,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제적인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