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대표(가족행복학교, 평택교회 원로목사)
 ▲정재우 대표(가족행복학교, 평택교회 원로목사)

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어른들의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명문대에서 잇달아 드러난 ‘AI 커닝’ 사태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교육 신뢰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연세대의 비대면 시험 부정 의혹, 고려대의 오픈채팅방 답안 공유, 서울대의 AI 유사문장 적발로 인한 전체 재시험 등은 “성적은 실력을 증명한다”는 가장 기본적 약속이 위태로워졌음을 보여준다. 평가가 무너지면 정직한 학생이 손해를 보고, 노력의 가치는 흐려지며, 사회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이와 때를 같이해 여러 사회적 징후들도 심상치 않다.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은 매년 심해지고, 기초과학·공학 분야 지원은 줄어들며, 국가 전략산업을 지탱할 이공계 인력 기반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청년 창업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다시 움츠러들고,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은 더 먼 꿈이 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반도체·AI 분야의 수만 명 청년들이 새로운 기적을 쓰고 있지만, 특정 분야로의 쏠림은 국가 경쟁력의 장기적 불안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현실 속에서도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한국은 수차례 ‘불가능을 넘어선 역사’를 만들어온 나라라는 점이다. 6·25 이후 폐허에서 일군 한강의 기적, 권위주의를 넘어선 민주주의의 성취, 세계가 인정한 선진국의 위상, 그리고 지금도 확장되는 K-컬처의 힘까지의 이 모든 성취는 누군가의 희생, 도전,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그 역사를 이어갈 주체는 바로 미래세대다. 그래서 가장 먼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실력보다 앞서는 정신적 기초다. 시대는 변해도 지켜야 할 윤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균관의 ‘예’, 선비의 절개, 화랑의 기개처럼, 정직·공정·투명함은 어떤 기술 시대에도 유효한 기본 규칙이다. AI 시대라 해도 ‘정직하게 배운 사람’만이 오래 간다.

둘째, 위기의식과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세계는 초속도로 움직이고, 기술 패권 경쟁은 국경 없이 치열하다. 공감 없는 공동체는 분열되고, 연대 없는 사회는 미래를 잃는다. 혼자만 잘 되는 시대는 끝났다. ‘함께 살아남는 힘’이 필요하다.

얼마 전 삼성반도체 공장 방문에서 본 7만 명 청년들의 현장은 단 한 단어로 요약됐다. 도전. 끊임없는 갱신과 혁신,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라”는 정신.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고 지금도 치열한 격차 경쟁을 버티고 있는 동력은 결국 이 태도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습 윤리를 정립하라. 도구를 쓰되 표기하고, 활용하되 책임져야 한다.

둘째, 진로를 선택할 때 안정만 좇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떠받칠 기초과학·공학·연구·기술혁신 분야를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

셋째, 창업과 새로운 시도에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자산이다.

넷째, 공감·연대·공존의 능력을 키워라. 이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한 사회를 지탱하는 실질적 힘이다.

사랑하는 미래세대여. 현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세대도 절망을 건너 희망을 만들었고,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역사를 썼다. 이제 그 바통이 여러분에게 넘어왔다. 여러분의 의식이 한국의 내일을 결정할 것이다. 여러분의 태도가 이 나라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여러분의 도전이 다음 기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두려움보다 용기를, 회피보다 도전을, 단기적 이익보다 공정과 원칙을 선택하라. 그 선택이 바로 새로운 한국의 역사를 완성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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