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심리학 교수가 인간이 고통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텅 빈 강의실에서, 얼음물이 담긴 양동이에 혼자 맨발을 담그고 얼마나 참는지 시간을 쟀다. 다음 실험은, 같은 조건에서 가장 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하도록 했다.
놀랍게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혼자 있을 때보다 두 배나 더 오래 견딜 수 있었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사람이 함께 있다면, 고난과 어려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필자는 외로운 인생길에서 변함없이, 영원히 함께해 주실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그 분은 우리의 선한 목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은 친히 “나는 선한 목자”라고 하셨다(요 10:11). 또한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양이로다”(시 100:3)라고 하셨다.
목자와 양은 사랑과 믿음의 관계다. 목자는 사랑으로 양을 먹이고 돌본다. ‘돌본다’는 말에는 ‘보호하고 지킨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할 힘이 전혀 없는 양이 들짐승이 가득한 광야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양에게 있어서 목자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시편 23편은 다윗의 대표적인 시이다. 다윗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도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무엇이 다윗을 그렇게 살 수 있게 한 것인가? 다윗이 왕이었기에, 돈이 많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기에, 아니다. 1절은 간단하지만 매우 분명한 말로 시작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한다. 여호와 하나님을 목자로 모셨기에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 ‘없으리로다’의 히브리어 원어는 ‘로’이다. 이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가장 강한 부정어이다. ‘절대 아니다. 전혀 없다’의 뜻이다. ‘없으리로다’는 계속과 반복을 나타내는 미완료형이다. 가장 강한 부정어 ‘로’와 미완료형이 만나면, 그것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부정을 의미한다.
이는 곧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절대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상태가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우리의 삶에 아무런 어려움이나 고난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 때도 있고, 원수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절대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목자이신 그 분을 믿었기 때문이다.
다윗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내 마음 속에도 다윗과 같은 감사와 만족, 그리고 고백이 있다. 이유도 똑같다. 하나님이 나의 목자이시기 때문이다.
필자가 시편 23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윗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시고, 다윗을 사랑하는 하나님이 나도 사랑하시고, 다윗과 똑같은 복을 내게도 주셔서 시편 23편이 필자의 고백이 됐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혹시 여러분이 다윗처럼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사람·형편·가난·병 때문이 아니다. 목자 되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양이 사는 길은 오직 목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살아가는 신비로운 재주들이 있다. 어떤 것은 공생관계를 이루고, 어떤 것은 교묘하게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어떤 것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대부분 맹수에게 먹히는 약한 동물들은 도망을 잘한다. 번식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양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날카로운 이빨·발톱이 없다. 더군다나 뿔·위장술·빠른 발도 없다. 시력은 대단히 근시여서 10m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목자의 인도를 받지 못하면 언제 벼랑에 떨어지거나, 사자와 곰의 밥이 될지 모른다.
양에게 재주가 있다면 열심히 목자를 바라보고 따라가는 것이다. 목자가 초원으로 인도하면 거기서 풀을 뜯고, 물가로 인도하면 거기서 물을 마시고, 우리로 인도하면 들어가 불평 없이 쉬는 것이다.
시편 23편은 다윗이 자신의 생애 후반기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다윗의 생애는 정말 굴곡이 많았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렸을 때는 천한 목동이었다. 청년 시절에 승승장구하며 사울왕의 군대장관까지 됐으나, 사울왕의 시기로 광야를 떠도는 도망자로 살았다.
왕이 된 후에도 수차례나 반란이 있었고,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고통과 괴로움의 골짜기에서도 하나님을 목자로 삼고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다.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이 됐다.
이스라엘의 국기에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한 사람을 상징하는 별이 국기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다윗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기쁜 소식은 다윗의 목자가 되신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목자, 나의 목자시라는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양으로 살아야 한다. 억만금을 가져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하나님 앞에서는 늘 양으로 살아야 한다. 여호와 하나님만 목자로 삼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시편 23편 다윗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