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혼란과 분열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국가적 전환의 시점에 선 지금, 통합과 회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계의 지혜와 성찰이 절실한 때입니다. 본지는 연재 기획을 통해 새 정부가 직면한 주요 과제를 조망하고, 사회 각 분야 기독교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전합니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진리를 붙들고, 공공의 선을 위해 기도하며 섬겨온 이들의 조언은 시대의 방향키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진단이 내일의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 다시 새롭게!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실에서 김영현 사무총장을 만났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단기적인 경제 성과나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백년지대계의 마음으로 환경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둬주십시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김영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기후위기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가용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 지구적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지난 4월 발표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기온은 14.5도로, 1973년 전국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날도 최고기온 기준 76.7일, 최저기온 기준 103.6일에 달했다. 새 정부가 이 거대한 전환의 물결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찰력을 요구받고 있는 이유다.

김 사무총장은 그동안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은 의미 있는 진전이었지만, 국제사회의 기대나 과학계의 경고에 비춰볼 때 목표 설정, 이행 속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 모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목표를 설정하거나 감축 책임을 미래로 떠넘기려는 태도, 정책 추진의 지연 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실행력이 부족해 결국 구호로만 남았다"며 "새 정부는 환경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이 지난달 개최한 '21대 대통령선거가 기후대선이 되길 바라는 기독교계의 기후·생태정의 촉구 기자회견'.ⓒ데일리굿뉴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이 지난달 개최한 '21대 대통령선거가 기후대선이 되길 바라는 기독교계의 기후·생태정의 촉구 기자회견'.ⓒ데일리굿뉴스

매년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김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냉난방 지원 확대, 기후재난에 취약한 지역에 대한 선제적 인프라 투자,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될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 프로그램 마련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기후 정의는 선언이 아니라 정책 설계 초기부터 녹아들어야 할 원칙"이라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기후위기 대응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시민 참여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는 환경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기반의 시민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시민 참여 통로를 제도적으로 넓히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김 사무총장은 "환경 문제 해결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아현감리교회에서 '제42회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사진 앞줄 왼쪽에 김영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데일리굿뉴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아현감리교회에서 '제42회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사진 앞줄 왼쪽에 김영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데일리굿뉴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로 출범한 이후,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며 생태계 회복 운동을 선도해 온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린 엑소더스 릴레이기도회, 탄소중립 캠페인, 녹색교회 운동, 기후정의주일 제정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김 사무총장은 "경제 발전과 환경 보전이 결코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와 기후 약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여 희망을 만들어가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며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때로는 건설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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