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혼란과 분열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국가적 전환의 시점에 선 지금, 통합과 회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계의 지혜와 성찰이 절실한 때입니다. 본지는 연재 기획을 통해 새 정부가 직면한 주요 과제를 조망하고, 사회 각 분야 기독교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전합니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진리를 붙들고, 공공의 선을 위해 기도하며 섬겨온 이들의 조언은 시대의 방향키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진단이 내일의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 다시 새롭게!
[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정국 혼란은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 격랑 속에서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갈등과 혼란이 곧장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부가 진정한 국민통합과 국가적 회복을 이끌기 위해선 통합의 정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는 오랫동안 사회와 교회를 향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온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새 정부의 과제와 방향, 교회의 역할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이번 대선 결과에 반영된 민심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작년 12·3 계엄선포는 너무 뜻밖이었고, 우리 사회에 준 충격과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이번 대선은 거기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여당이 선거운동을 하긴 했지만,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 효과적이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 대선은 끝났지만 사회의 갈등은 여전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새 대통령은 이제 국민 전체의 대표라는 자세로 임하고,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동안 정당 안에서 했던 방식 그대로 정치하면 안 되고, 초당적인 자세로 출발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인사입니다. 인사가 당파 중심이 아니라 유능하고 도덕적인 사람을, 여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앉히는 식으로 이뤄져야 국민이 신뢰합니다. 논공행사식 인사를 하면 국론분열은 더 심해질 겁니다. 인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통합의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진영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시민사회가 회복해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이제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을 초월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이념이라는 건 사람이 만든 것이고 시대 따라 바뀌는 겁니다. 중요한 건 법을 잘 지키고, 정직하게 사는 겁니다. 국민들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해요. 그게 결국 자신에게도 이익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살아가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자격이고, 그것이 쌓여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집니다."
-교회도 사회적 갈등 속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진짜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교회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을 돕는 게 교회의 역할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말은 많았지만 실천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로부터 신뢰를 못 받게 된 겁니다. 이제는 절약하고 검소하게 살아서 얻은 재원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사회가 '기독교는 다르다'고 인정을 하고, 그래야 비로소 교회가 도덕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진영논리에 휘말리거나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좌우든 흑백이든, 이분법적인 진영 논리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 중 정의롭지 않은 것에는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교회가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말만 하지, 정작 행동은 안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어떤 외침도 사회에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을 통해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