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취하지 않는 술',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최근 주류업계가 무알콜·저도주를 앞세워 '건강한 음주'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히려 음주의 일상화를 부추기고 술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류업계는 회식 문화의 쇠퇴와 음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MZ세대를 겨냥해 무알콜 제품을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주류시장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전 세계 주류 소비는 지난해 1% 감소한 반면, 무알콜 맥주는 오히려 9% 증가했다. 무알콜 맥주가 에일 맥주를 제치고 판매량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한 편의점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 3% 이하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 71.2%, 지난해 10.6%, 올해 1~4월 16.8%를 기록했다. 구매자의 70% 이상이 20~30대였다. 일부 대형마트는 무알콜 와인 전용 매대를 신설했고, 글로벌 주류회사들은 무알콜 위스키 브랜드 인수에 나서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른바 '헬시플레저(Healthy +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린다. 업계는 마라톤·러닝 행사에 무알콜 제품을 협찬하거나, 광고에 '힐링', '웰니스', '자기관리' 등의 키워드를 활용해 건강한 음주 이미지를 조성하고 있다.
주류법 개정도 한몫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일반 음식점에서도 논알콜 음료 판매가 가능해지며 유통 환경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실제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멤버스 거래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무알콜 맥주 판매량은 2020년 대비 264.1% 증가했다. 하이네켄코리아의 조사에선 20~39세 응답자의 약 60%가 '특별한 이유 없이도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고 답했다.
무알콜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알코올 함량이 1도 미만이면 '무알콜'로 분류할 수 있으나, 시중에는 0.05~0.09% 수준의 알코올이 들어간 제품도 적지 않다. 일부 제품은 알코올 함량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음주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무알콜 제품은 사실상 음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처음엔 무해한 듯 보이지만, 결국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찾게 되고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허물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독은 강한 자극이 아니라, 약한 자극의 반복으로 시작된다"며 "도수가 낮다고 술이 아닌 건 아니다. 술은 자제력을 떨어뜨리고 충동 조절 능력을 손상시켜 결국 가정과 사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음주 자체를 조장하는 문화를 지적하며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교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음주 문화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세우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공공 캠페인, 음주문화 교육, 신앙상담 등을 통해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책임 있게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