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2025년 한국 사회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독 문제 심화와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자살률 급증까지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도 산적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데일리굿뉴스는 신년을 맞아 기독 전문가들과 여러 사회 현안을 살펴보고 기독교적인 해법을 모색해봤다.

▲조현섭 총신대 교수가 9일 연구실에서 최근 중독 문제를 진단했다.ⓒ데일리굿뉴스
▲조현섭 총신대 교수가 9일 연구실에서 최근 중독 문제를 진단했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중국집 배달보다 마약 배달이 더 빠른 시대입니다. 고등학생이 도박으로 억대 빚을 지는 일도 많아 졌죠. 지난해 대학가를 휩쓴 마약과 교실에서 유행한 온라인 도박 문제, 올해 더 심각해질 겁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도 중독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국무총리실·법무부 등 정부 자문위원을 지내며 35년 간 중독 문제를 연구한 자타공인 '중독의 대모'다.

그는 "명문대 내 마약 사건 등 지난해 대학가에 마약이 침투한 현실을 우리 모두 목도하지 않았냐"며 운을 뗐다. 이어 "2만 원만 내면 마약이 짜장면보다 빨리 배달되고, 텔레그램을 통해 신분 노출 없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가 심각한 문제로 첫 손에 꼽은 건 합성마약 '펜타닐'의 확산이다. 조 교수는 "펜타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데, (펜타닐은) 기존 마약보다 중독성이 50~100배 강력해 한 번 손대면 벗어날 수 없다"며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펜타닐 중독자가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특히나 올해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SNS, 불법 웹툰 사이트 등을 통해 온라인 도박에 쉽게 접근하고 있으며, 친구를 도박에 끌어들이는 모집책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으로 검거된 청소년은 전체 검거자의 47.2%인 4,715명에 달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한 도박은 바카라(68%) 등 온라인 카지노였다. 도박으로 형사입건된 범죄소년은 2015년 59명이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328명으로 집계됐다. 5.5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는 "청소년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도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나 친구 관계 유지를 위해 도박을 시작한다"면서 중독사회를 사는 다음세대를 걱정했다.

조 교수는 청소년 중독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가정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가정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은 마약과 도박 등 중독에 쉽게 빠진다"며 "부모세대가 교회 등에서 진행하는 부모학교·부부학교를 통해 결혼의 의미나 목표, 부모로서의 역할과 태도를 배우는 등 건강한 가정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정치권이 민생 문제를 소홀히 하는 가운데 가정과 교회가 중독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데일리굿뉴스
 ▲조 교수는 정치권이 민생 문제를 소홀히 하는 가운데 가정과 교회가 중독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데일리굿뉴스

특히 올해는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부 대응에만 기댈 수 없기에 중독 문제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견해다. 중독 문제를 사회·구조적, 나아가 영적 문제로 바라보고 복음 안에서 회복·치유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중독 문제 해결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십 년간 목도했다"며 "결국은 영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제일 마지막 부분인 영적인 회복은 교회만이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 내 중독 문제를 금기시하지 말고, 소그룹 모임에서 고민을 나누거나 교회 공간을 중독자 자조 모임에 활용해야 한다"면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중독 예방 교육을 실시하거나 중독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올해도 중독 예방 및 근절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오는 4월 '중독문제해결대책본부'를 출범하고 중독 예방 활동가와 치료 전문가 양성에 나선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원하는 '대학생 마약 예방 활동'과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사업 '문화로 사회연대'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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