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양예은 기자 = 한국에 유학온 외국인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다. 의료 보험이 없어 병원비가 부담될뿐더러 통역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객지에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참아야만 하는 현실에 마음까지 병들기 일쑤다. 이런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섬김의 장이 마련됐다.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진료가 진행됐다. 외대교회(담임 정동영 목사)는 분당 우리교회, 할렐루야 의료선교회와 함께 2011년부터 학기마다 무료 진료로 이들을 섬기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만에 진행돼 4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찾아왔다.
유학생들은 이날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불편하거나 아픈 곳을 상담했다. 모든 과목을 진찰받아도 재정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 언어마다 통역사까지 마련돼 있어 소통의 어려움도 없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은 서툰 한국말로 한국인 청년봉사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교제를 하기도 했다. 차례가 되면 해당 과목 의사들을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각종 몸짓과 손짓을 동원해 진단을 내려주거나 약을 처방해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마르조나(25) 양은 “공부하면서 등쪽이 계속 아팠는데 오늘 진료를 통해서 원인도 알고 치료받을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내를 맡은 외대교회 이신영(25) 학생은 “외국인 유학생을 돕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실천할 기회가 생겨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대교회는 유학생 비중이 높은 한국외대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 사역하면서 의료 케어의 필요를 파악하게 됐다. 때마침 몇몇 교회의료봉사단들이 대학교에서 봉사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할렐루야교회 의료선교회, 분당우리교회 의료팀과 연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거기에 한국외대 기독교수직원신우회의 후원까지 더해져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언어에 능통한 외대교회 청년들의 섬김으로 통역 문제까지 해결됐다.
외대교회 정성화 군은 “각자의 재능과 은사에 따라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의료케어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부터 전문 장비가 필요한 정형외과, 산부인과, 치과까지 진료 스펙트럼이 넓고 의료진들의 실력이 뛰어나 유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임하리(73) 할렐루야 의료선교회 권사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께 작은 힘이지만 도움을 드리려 왔는데 섬길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바쁜 의료진들이 시간을 내서 올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젊은 다음세대 의료인들도 이 일에 동참해서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외대교회는 2003년 한국외대 기독교수직원신우회에서 예배를 세우면서 시작된 대학교회다. 외대가 기독교대학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캠퍼스 안에서 강의실과 동아리방을 빌려 매주마다 예배하고 있다. 외대생과 타대학생, 유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글로벌 교회인만큼 유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역을 이어왔다.
그중 의료케어는 유학생들에게 따로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의료케어를 매개로 관계를 쌓고 교회에 출석하게 된 유학생도 있다. 학교에서도 처음에는 종교적인 목적을 가진 행사일까 우려했지만 유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협력해주고 있다.
정동영 담임 목사는 “하나님께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셔서 해외로 선교 나가지 않아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찾아오게 하셨다”며 “캠퍼스는 선교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지 생활로 지친 유학생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낮아진 마음에 자연스럽게 복음이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통로의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