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코로나19를 겪고도 주요국 조차 체계적 대응 없이 허둥대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75개국 1만6천16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바이러스가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지 않은 65개국에서 1만5천6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각국 집계에 따르면 스페인(3천100명), 영국(2천200명), 독일(2천100명), 프랑스(1천400명) 등 유럽의 확산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미국도 확진자 2천500명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1명이 격리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문제는 실제 감염자 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원숭이두창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이 확진자를 다른 질환 감염자로 오진한 사례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원숭이두창에 걸릴 경우 남성 동성애자라는 꼬리표가 달리면서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비상프로그램국장은 "현재 파악 중인 감염자 수는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전등 밑에서 열쇠를 찾는 상황과 비슷하다"며 "밝은 곳은 일단 찾아보고는 있는데, 빛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부분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 매개 감염병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센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숭이두창 대응의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원숭이두창은 확진자의 병변, 체액 등에 직접 접촉해 전파될 수 있지만, 최근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은 주로 동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성건강 의료센터의 중요성이 큰 이유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 성 매개 질환 감염자의 성 건강을 지원하는 영국 자선단체 '체런스히긴스 트러스트'는 원숭이두창 대응을 위해 성 매개 질환 관련 임시 진료소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자국 정부에 촉구했다.
원숭이두창의 고위험군으로 지목되는 계층들, 특히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동성애자 남성, 성 노동자, 성매개 질환을 다루는 의료인 등이 먼저 검사를 받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백신 확보도 더디다.
유럽 원숭이두창 확산의 '진원지'였던 영국에선 백신 접종 대상 고위험군이 적어도 12만5천 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확보한 백신은 10만회 접종 분에 불과하다. 미국도 원숭이두창 백신을 주문했지만, 대부분 내년이 돼서야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 애들러 영국 리버풀 열대의과대학 교수는 "WHO가 공중보건 위기 사태를 선언함으로써 원숭이두창 대응의 시급성이 부각됐다"며 "WHO는 백신 등 방역 대응만 제대로 하면 추가 전파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런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