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2025년 9월 1일 새벽, 북녘 땅을 향해 15년간 울려 퍼지던 대북 FM 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 송출이 중단됐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반세기에 걸친 대북 심리전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군이 제작·송출해온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1일부로 전격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대남 방송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국군이 제작·송출해온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1일부로 전격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대남 방송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특히 외부 정보에 목마른 북한 군인들의 심리에 깊이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 전장'의 역할을 수행했던 이 방송의 중단이 향후 남북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대북 심리전의 상징: '자유의 소리'의 발자취

'자유의 소리'는 1962년 첫 송출을 시작한 이래 대한민국 대북 심리전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국군심리전단이 제작·송출한 이 FM 라디오 방송은 전파변환 장치를 거쳐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확성기를 통해 북한으로 전해졌다. 

이 방송은 북한 정권 비판,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홍보, 남한의 발전상과 최신 대중문화 소개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그런 만큼 정보가 철저히 통제된 북한에서 접경 지역 주민과 군인들에게 외부 세계 소식을 전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방송의 운명도 함께했다.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선전 활동 중단이 합의되면서 일시 중단됐던 '자유의 소리'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후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같은 해 5월 약 6년 만에 재개됐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고 시설물이 철거된 상황에서도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은 유일하게 지속되며 상징성을 유지했다. 

북한 군인 심리에 미친 영향: ‘외부의 목소리’

'자유의 소리' 방송은 특히 북한 군인들에게 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이 방송은 국경 지역에 배치된 북한 군인들에게 남한 사회의 현실, 세계 동향, 그리고 북한 내부의 감춰진 소식까지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

이 방송은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상 등을 꾸준히 전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선전과 다른 외부의 현실을 북한 군인들의 인식에 심는 역할을 했다. 

또한 당시 남한의 최신 대중가요나 드라마 소식을 송출하는 등 폐쇄적인 북한 사회와 대비되는 외부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했던 것이다. 이는 곧 북한 군인들에게 체제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거나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을 유발하는 등 심리전에 있어 중요한 도구로 활용됐다. 

북한 당국이 '자유의 소리'와 같은 대북 라디오 방송을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뿌리부터 흔드는 내용"이라며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이러한 심리적 파급력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년 만의 중단: 이재명 정부의 '신뢰 구축' 메시지

이번 '자유의 소리' 방송 중단은 천안함 사건 재개 이후 정확히 15년 만에 단행됐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남북 긴장 완화 및 군사적 신뢰 구축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 및 철거했다. 이어 국가정보원마저 대북 라디오 및 TV 방송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중단했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던 방송"의 중단은 "접경 지역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이며, 앞으로도 긴장 완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며 북한의 호응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북 관계의 새로운 지평과 과제

통일안보 전문가들에 의하면 '자유의 소리'의 침묵은 단순히 하나의 방송이 중단된 것을 넘어, 남북 관계가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만큼 정부는 군사적 대치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우리 정부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 눈에 띄는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호응하는 차원으로 일부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보수쪽 인사들은 정부의 이런 조치에 비판적 입장이다. 한 보수권의 통일운동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 방송 중단은 말도 안되는 이적 행위"라며 "만약 북한이 대한민국 국군이 평화의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면 앞으로 우리 군대까지 없애야 할 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실질적인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의미 있는 호응과 함께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화 및 비핵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