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양예은 기자 = 기독교 정신의 건학이념에 따라 세워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성애 영화제가 열릴 예정이었다가 논란 끝에 무산됐다. 하지만 주최 측의 반발과 외부 단체의 압박이 이어지며 학교 안팎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최근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를 다음달 20일부터 사흘간 이화여대 내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상영 예정 작품은 국내외 동성애 관련 영화 40여 편이었다.
문제는 이화여대가 북감리교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 여사에 의해 설립된 기독교 사학이라는 점이다. 이화여대는 헌장 제1조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육'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퀴어영화제 개최가 학교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극장 측은 아직 계약서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대관을 철회했다. 학교 관계자는 "임차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학사 운영 방침에 부적합할 경우 학교 구성원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협조 요청할 수 있다는 계약 조항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캠퍼스 안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여성단체와 민주노총, 외부 활동가 등까지 가세하면서 교내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A씨(29)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에 외부인이 대거 몰리는 상황이 불편하다"며 "외국인 관광객 방문조차 학생들이 꺼려하는 분이기"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화여대는 부속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가치관 혼란을 야기하는 행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성 관련 소품이나 퀴어 포스터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교육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행사를 취소한 건 적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진행된 이화여대 대동제 때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동아리 퀴어부스에서 여러 용품들에 노출돼 불편을 겪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화교육공간수호모임'과 '이화여대를 지키고 사랑하는 이화인 일동' 등은 현재 영화제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5,000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
이들 단체는 "특정 이념이나 정체성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압박은 교육기관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행위이자,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적 간섭"고 밝혔다. 이어 "어린 학생들의 교육공간인 이화 땅이 전국의 동성애 홍보장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