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찬양 소리로 가득했던 대학교 기독 동아리방의 모습이 전설처럼 남을지도 모른다. 각 대학에서 동아리방을 빼는 선교단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는 CAM 등 3개의 학원 선교단체들이 동아리방을 잃게 됐다. 서울 중앙대학교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선교단체가 점유하는 동아리방의 수가 이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기독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숭실대학교에서 약 30년 간 사역해온 예수전도단(YWAM)은 올해부터 사용하던 동아리방을 반납했다.
회원 감소로 정동아리 자격 '미달'
이러한 현상은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회원 수가 급감해서다.
일반적으로 대학 동아리는 동아리연합회가 제시하는 기준 인원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동아리에서 제명, 동아리방도 반납해야 한다.
선교단체들은 신입 회원이 줄고 졸업생은 매년 발생해 정규 동아리로서 인원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대학생 인구 감소와 코로나 변수,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이 부채질했다.
문제는 동아리방의 유무가 선교단체 존폐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당장 성경공부와 양육, 채플(예배) 등 사역을 위한 ‘전초기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강의실이나 강당을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제명된 동아리는 현수막, 포스터, 동아리 박람회 참가 등 공식적인 홍보도 할 수 없다. 정식 동아리 재등록을 위해서는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신입회원 모집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선교단체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서는 정식 동아리가 아니면 일대일 전도도 금지시켜 사역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현기 CAM 대표간사는 “동아리방이 사라지면 선교단체는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며 “모이기에 힘써야 하는데, 거점이 없어지면 구심점 역할을 할 장소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외압 때문에…" 밀려나는 선교단체
선교단체들의 ‘방 빼기’ 현상은 인원 감소뿐만 아니라 외압에 의해 비롯되기도 한다.
실제로 덕성여자대학교는 올 초부터 5개의 선교단체가 공동으로 하나의 동아리방을 쓰게 됐다. ‘같은 종교를 가진 동아리인데 동아리방을 따로 쓸 필요가 있냐’는 일부 학생들의 반발에 동아리연합회가 한 데로 몰아넣었다. ‘한 지붕 다섯 가족’이 된 것.
한 선교단체 관계자는 "학내 타종교에 비해 기독교 동아리의 경우 종류가 다양해 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동아리연합회의 노골적인 탄압으로 인해 정동아리에서 퇴출된 사례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021년 성소수자 모임 ‘외행성’과의 갈등을 계기로 4개 기독교동아리가 퇴출됐다. 현재는 2개 선교단체만 남은 상황이다.
외행성의 동아리 인준을 두고 기독인학생회(IVF)를 제외한 선교단체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동아리연합회와 마찰을 빚게 된 것이다.
당시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이후 6개 기독 동아리를 폐부 심의에 상정하고 6년 이상 실시하지 않았던 동아리 감사에 착수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 선교단체는 대응할 여력이 없었고 예수전도단, UBF, CAM, 네비게이토가 부당하게 퇴출됐다고 외대기독학생연합 측은 밝혔다.
학교 정책의 변화로 인해 난항을 겪는 동아리도 있다.
성남에 위치한 동서울대학교는 학교 본부가 외부인 출입금지령을 내리면서 간사들의 출입을 막았다. 양육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현재는 한 단체만 남아있는 상태다.
"선교단체, 지역교회와 연합 필요"
캠퍼스 선교단체들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 현장 간사들은 연합을 강조한다.
예현기 CAM 간사는 “기독교 동아리가 연합해서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각 단체들이 '우리만 살아남자'는 것은 다같이 죽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국대학교 CAM은 죠이선교회(JOY)의 동아리방을 빌려 쓰고 있다. 반대로 가천대학교의 경우는 JOY가 동아리방이 없어 CAM이 방을 빌려주기도 한다.
기독학생연합의 이름으로 캠퍼스 자치기구를 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학 주변 지역교회와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학원복음화협의회의 김성희 캠퍼스연구소 소장은 “대학마다 주변에 있는 교회들의 유휴공간을 선교단체들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학복협은 지역교회의 협조를 받아 선교단체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