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가 주최한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자신의 장기를 타인에게 나눠 준 기증자들이 여럿 참석했다. 엄해숙 씨(69, 여)도 그 중 한 명이다.
엄 씨는 국내 유일의 모자 기증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지난 2003년 신장을 기증한 엄 씨를 따라 2011년 아들도 기증에 참여한 것이다.
엄 씨는 이날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과 오랜만에 만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알리고 혈액투석 환우들의 어려움을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엄 씨는 성당을 다니면서 안구기증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장기기증을 접했다.
그는 “보험 고객 중에 간암으로 투병 중인 이웃을 위해 자신의 간을 기증하려고 했었지만 당시 이미 시간이 오래 돼 기증이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엄 씨는 2003년 스스로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자신의 간과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이후 장기기증본부로부터 “서울 신내동에서 식당을 하는 어느 아주머니의 남편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엄 씨는 “신장 수술 후, 내 신장을 받아간 사람을 병실에서 만났다”며 “그 사람의 손 빛깔이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 색에서 분홍색으로, 그리고 살색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잘 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신장을 기증하는 사례가 흔치 않았던 만큼 엄 씨의 사례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엄 씨의 영향 때문인지 아들 윤현중 씨(51)도 마흔 살이던 2011년 12월 8일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아들 윤 씨는 어머니를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헌혈을 할 만큼 생명나눔에 적극적이었다. 1999년에는 사후 장기기증 서약도 했다. 2010년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수여하는 금장훈장도 받았다.
이들 모자의 장기기증에는 가족들의 지지도 힘이 됐다. 엄 씨는 “어린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관계로 이를 잘 아는 자녀나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다”며 “기특한 것은 아들이 엄마가 장기기증 후에도 건강하게 봉사 활동하는 것을 보고 본인은 물론 며느리까지 기증을 결심한 일”이라고 전했다.
엄 씨는 신장 기증 이후 지금까지 장기기증을 하거나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새새명나눔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엄 씨는 “고통 중에 있는 환우를 내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장기기증을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간혹 일부에서는 수술 후 후유증에 대한 염려로 기증을 꺼리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주기에 염려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엄 씨는 또한 신장이식 등 혜택을 받은 이들에게 장기기증 홍보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장기기증에 대한 더 없는 홍보이자 기증자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엄 씨는 “하나님께서 신장을 2개 주실 때에는 그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라는 뜻”이라면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이 전달될 수 있도록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