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복음의 시대정신입니다.”
호주호스피스협회(Australian Association of Cancer Care Incorporated, ACC Hospice) 대표 김장대 목사는 기독교 사회복지의 실천가이자 이론가다.
최근 그는 ‘기독교사회복지학 총론 증보판’을 출간했다. 2006년 개정판 이후 약 20년 만의 결실이다. 김 목사는 이번 증보판이 단순한 개정판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의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 사회복지는 자선을 넘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회적 책임”이라며 “삶으로 이웃을 품지 않고 전하는 복음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작업의 계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단법인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일명 한국교과서위원회)로부터 수업용 저작권 인용 허가 요청을 받은 일이다. 2006년 출간된 책이 일부 교과서와 수업 자료로 채택된 것을 알게 됐고,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정을 결심했다.
또 다른 계기는 ACC 호스피스 설립 10주년을 맞아, 초기 환우 및 자원봉사자 중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었다. 그는 “이제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승합차가 절실하다”며, 이번 책의 수익 전액을 차량 구입에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저출산과 연금 문제의 대안
김 목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저출산과 연금 문제 등 현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복지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해외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복지 전략이다.
그는 “예를 들어 국가 차원에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넓고 비옥한 토지를 50년 이상 장기 임대해, 한국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한다면, 직장·주거·비전이 동시에 해결돼 결혼과 출산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970년대 중동 인력 파견처럼, 청년 30만 명을 모집해 임대 토지에 농업·축산·특산물 생산에 투입하고, 생산품을 한국에 수입하면 관세 부담 없이 품질도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국제적 시야를 강조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이 약 700만800만 명인데, 이를 1,500만 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10년~20년 후 한국 노인 인구와 1:1 구조가 형성돼 ‘해외 기여형 연금 제도’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호주산 물류를 정기적으로 한국에 운송하는 정기 크루즈선 시스템을 제안하며, ‘물류+관광+복지’를 결합한 장기적 연금 기반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과 복지, 교회의 역할
통일과 관련해서도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 없이 복음만 들고 북한으로 올라간다면, 북한에 새로 생기는 교회는 머지않아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복음을 복지로 살아내는 방식이 통일 시대의 핵심”이라며 “북한의 새로운 교회사역은 교회를 대형화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준비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사회복지의 본질
김 목사는 기독교 사회복지의 신학적 핵심으로 ‘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와 ‘Noblesse Oblige’(명예에 따른 책임)를 제시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시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으로부터 ‘많이 받은 자가 많이 나누는 것이 복지이며, 복지를 실천하는 삶이 곧 복음의 삶’이라는 설명이다.
호스피스 사역의 신학적 기반에 대해서는 “호스피스는 단순히 말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품는 것”이라며 “고령화 시대의 외로움은 복지로만 해결할 수 있고, 교회는 이웃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과 교회의 연결
또한 그는 ‘겸임 교사제도’를 인성교육 영역에도 도입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교회의 유치·아동·학생부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목회자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아이들의 인성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도사·목사뿐 아니라 불교의 승려, 천주교 신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인성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천 없는 설교는 안 돼"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가나안 성도’(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신자)에 대해서도 김 목사는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는 목회자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며 “교회가 예배만 강조하고 복지와 실천을 소홀히 한 결과,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 목회는 단순한 강대상 설교를 넘어, 찾아가는 예배와 참여하는 복지 사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명자를 길러내는 신학교육
김장대 목사는 다음세대 신학생과 젊은 사역자들에게 “신학만 공부해서는 부족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한 가지 현장 기술이나 사역을 손에 익히고 나와야 한다”며 “기계를 고치거나, 농사를 짓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자신의 사명을 발견한 후 졸업해야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목회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