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중독전문상담사 양성에 나서는 김규보 교수와 조현섭 I CAN 본부 대표, 김정열 교수.ⓒ데일리굿뉴스
▲(왼쪽부터) 중독전문상담사 양성에 나서는 김규보 교수와 조현섭 I CAN 본부 대표, 김정열 교수.ⓒ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주목해야 할 영적 문제입니다. 사역 현장에서 중독 문제를 대응할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최고의 중독 전문가들이 뭉쳤다. '중독의 대모'로 불리는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출범한 '국제 중독상담과 성장본부(I CAN 본부)'가 중독전문상담사 양성에 본격 나선다. 중독분야의 최고 전문가 60여 명이 뜻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가진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미 '중독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독은 영적 위기의 문제로, 중독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신앙 안에서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규보 총신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할 자리에 피조물이나 자신을 둘 때 중독이 시작된다"며 "교회는 중독자들을 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독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도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진 데서 비롯된 영적 위기"라며 "단순한 의지나 기도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동체 안에서의 회복, 실천적 상담, 반복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처럼 우리도 공동체적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며 "결국 신앙과 영성을 다루는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중독자들의 회복을 도우려면 교회 내 중독전문상담사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규보 교수는 "중독자들이 교회 안에도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중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이들을 정죄하고 거리두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통해 중독자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들의 회복을 돕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상담 가능한 전문 사역자, 회복을 돕는 성도가 교회 내에서 길러져야 한다"면서 "중독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교회가 이들을 도울 수 있다. 중독의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회복 플랜을 마련하려면 전문 교육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선교사 대상 교육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정열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해외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문제가 중독"이라며 "선교사들이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마나 마약이 일상화된 현장에서 대응하려면 전문가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중독 문제는 선교를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 중 하나"라며 "교회가 파송 선교사 교육비만이라도 지원한다면,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중독 전문가로 사역하며 더 큰 선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 CAN 본부는 각 교회 안에 회복 공동체를 세울 동역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에 내달 7일부터 '제1기 중독전문상담사 양성과정'을 시작한다. 조성남 서울시마약관리센터장을 비롯해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이재호 한국중독연구교육원장,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장 등 국내 중독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강사로 나선다. 기초과정에서는 중독 실태와 치료법을, 심화과정에서는 중독자 및 가족 상담 기법 등을 교육한다. 오는 6월 6일까지 목회자, 사모, 선교사, 중독자 가족 등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제 교회가 중독 문제를 더 이상 눈 감아선 안 된다"며 "교회가 중독자들의 특성과 회복 과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중독자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회복될 수 있다. 전문상담사를 양성해 교회 내 회복 공동체와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살리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 교회가 이 사역에 뜻과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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