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이주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 문제가 낳은 예견된 비극입니다."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천응 목사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화성 참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박 목사는 "이주 노동자들의 현장은 사망 위험이 높은 3D 업종"이라며 "누구나 기피하고 위험한 곳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갑자기 증가하다 보니 사고도 늘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화성 리튬 일차전지 공장 화재사고는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빚어낸 예견된 참사였다. 화재 발생 석 달 전 소방당국의 경고가 있었고 불과 이틀 전에는 실제 불이 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로 총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중국 국적 17명·라오스 국적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힘없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주 노동자들은 항상 재해 위험 지역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현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들은 건물 3동 2층에서 군납품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난이도를 보면 단순 작업으로 볼 수 있지만, 리튬 배터리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화재 발생에 대비해 근로자들이 안전 교육이나 대피 훈련을 받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박 목사는 "당시 CCTV를 보면 폭발이 일어나고 연기가 급속도로 퍼지는데 근로자들은 단지 지켜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며 "분말 소화기로 진압하고 사람들이 대피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 안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산이주민센터 대표인 박 목사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전국 이주민단체로 구성된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도 설치해 운영할 방침이다.
박 목사는 "이주민 관련 단체와 이주민 선교단체들과 협력해 이주민 밀집 지역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애도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희생자 평균 연령대를 보면 30대 후반에 아이 엄마들이 많다. 유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교계와 시민단체들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사고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함이 불러온 인재이자 참사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원청이 책임지는 사회로 바뀌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25일 성명을 내고 "이주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한국 사회 산업 구조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과 안전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와 이주 노동자의 노동 인권 보장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