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다음세대인 청소년들을 섬기면서 지역민을 섬기는 지역 속의 교회를 표방하고 있는 하나교회 한광수 목사와 신예순 사모.ⓒ데일리굿뉴스
 ▲다음세대인 청소년들을 섬기면서 지역민을 섬기는 지역 속의 교회를 표방하고 있는 하나교회 한광수 목사와 신예순 사모.ⓒ데일리굿뉴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작은 골목길 안, 간판도 소박한 하나교회에는 매일같이 따뜻한 밥 냄새가 풍긴다.2005년부터 한광수 목사(63)와 신예순 사모(64)는 이곳에서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해 왔다. 그들의 사역은 단순한 급식이 아니라 ‘삶을 회복시키는 사랑의 식탁’이었다.

한 목사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기업 S-OIL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환경 관련 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잇단 실패로 깊은 공허에 빠졌다. 한 목사는 “길이 아닌가 싶었다. 마음이 무너지고 세상과 단절된 채 6개월을 방 안에만 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아내 신 사모로부터 전도받은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복음을 받아들인 그는 늦은 나이에 신학을 시작했고, 대한신학대학원·총신대학교 신대원·석사-박사과정을 거쳐 13년의 긴 배움 끝에 목회자가 됐다.

2005년 어느 날, 방배동 주민센터 앞에서 우연히 도시락 배달을 돕게 된 일이 계기가 됐다. 도시락은 학교에 가지 않는 은둔형 청소년들에게 전달되는 것이었다. 한 목사가 은둔 청소년들이 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를 알아보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은 한 목사는 곧바로 그 아이들을 찾아갔고, 먹을 것을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렇게 ‘하나복지학교’가 탄생했다. 2011년에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청소년들을 함께 돌보는 ‘위탁형 대안학교’와 ‘희망오름행복학교’라는 두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하나복지학교 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하나복지학교 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소위 ‘폭주족’으로 불리던 아이들이 단체로 교회에 몰려왔을 때다. 한 목사는 “동네가 떠들썩했다. 그래도 ‘들어올 땐 천천히, 조용히 들어오자’ 했더니 의외로 말을 듣기 시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학교폭력 가해·피해 청소년들을 함께 돌보는 ‘위탁형 대안학교’와 ‘희망오름행복학교’를 운영하는 가운데 신예순 사모는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학교폭력 가해·피해 청소년들을 함께 돌보는 ‘위탁형 대안학교’와 ‘희망오름행복학교’를 운영하는 가운데 신예순 사모는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그는 아이들을 꾸짖지 않고 배고픈 이들에게 직접 밥을 지어 먹이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식사를 담당한 신예순 사모는 “아이들이 난생 처음으로 ‘많이 먹어’라는 말을 들었는지 눈빛이 변했다. 칭찬 한마디에 마음이 녹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는 곧 ‘청소년 휴카페’ 운영으로 이어졌고, 사회인이 된 지금도 그 밥맛과 사랑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들도 많다.

20년 넘게 하루 한 끼를 책임진 신 사모의 헌신은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안학교 시절 하루 100명분의 식사를 책임졌던 신 사모는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 목사 부부는 지금까지 매년 사비 3,500만 원 이상을 투입하며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을 지원했지만, 한결같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고백한다. 그들에게 후원자보다 큰 힘은 바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한 목사는 “한때는 소위 문제 청소년들을 상대하다 보니 민원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문제 제기했던 지역 노인들이 먼저 수박을 들고 찾아온다. 이해하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이때 체험했다”고 말했다.

20여 년을 청소년들과 부대끼며 한 목사는 늘 “다음세대가 바로 최고의 원석”임을 실감했고, 이를 강조한다. 문제 청소년이라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이지 문제아가 아니다. 그는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 아이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목사는 청소년 사역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언약복음설교연구원’을 세워 목회자들을 위한 복음 설교 콘퍼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강단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돼야 한국교회가 산다. 강단 회복이 곧 교회 회복이기 때문이다”라며 설교 콘퍼런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하나교회를 개척·시무하고 있는 한 목사는 청소년 사역과 함께 지역민을 위한 교회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시와 함께 ‘문화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행복이음 사업’을 지역 속에서 함께하는 교회 사역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광수 목사가 시무하는 하나교회는 서울시와 함께 ‘문화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행복이음 사업’의 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행복이음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카리나 동호회 모임 회원들이 연주발표회를 하는 모습.ⓒ데일리굿뉴스
 ▲한광수 목사가 시무하는 하나교회는 서울시와 함께 ‘문화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행복이음 사업’의 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행복이음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카리나 동호회 모임 회원들이 연주발표회를 하는 모습.ⓒ데일리굿뉴스

행복이음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오카리나·하모니카 동호회, 다문화·한부모 가족 문화나눔, 지역 스토리텔링 전시회 등 모든 프로그램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 어울리는 마을 공동체’라는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연말이면 항상 문화 소외계층 아동·가족을 위한 한마당 축제도 계획돼 있다.

 ▲하나교회가 개최하는 '지역민을 위한 어울림한마당'은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참여하는 지역축제가 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하나교회가 개최하는 '지역민을 위한 어울림한마당'은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참여하는 지역축제가 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그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목회, 강의, 그리고 지역 봉사까지. 하지만 한광수 목사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 한 명이 다시 일어서면 그게 기적이기 때문에 사역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손 내밀면 사랑, 손 모으면 기도, 손잡으면 하나.’그 슬로건처럼, 한광수 목사 부부와 하나교회는 오늘도 방배동 골목을 사랑으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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