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사진출처=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한국 사회에 또다시 자살 경보등이 켜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사회 전반의 대응과 함께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 재조명 되고 있다. 특히 유가족을 돌보는 사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는 1만 3978명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27.3명으로 치솟으며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겼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히 자살의 저연령화가 뚜렷하다. 질병관리청 '2024년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20대의 자해·자살 시도 비율은 2014년 26.7%에서 2023년 39.4%로 크게 증가했다. 원인으로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45.6%를 차지했고, 시도 장소는 집(84.1%), 방법은 약물·알코올 등 '중독'(67.4%)이 압도적이었다. 입시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도 청소년·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을 시행 중이나, 여전히 상담과 사례 관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례는 보다 적극적이다. 덴마크는 자살예방 클리닉 확대, 퇴원 환자 사후관리 강화, 위기 대응 계획 수립, 당사자 경험자 참여 등을 통해 예방·사후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대만 역시 시도자 사후관리 체계와 국가 자살통계 인프라를 갖춰 조기 개입과 추적 관리를 강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책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자살 예방 예산을 올해(562억 원)보다 26% 늘려 708억 원을 편성했다. 예산안에는 유족 원스톱 지원 서비스의 전국 확대, 지역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센터당 2.6명→5명), 자살 고위험군 치료비 지원 시 소득 요건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작은 관심과 실천이 생명 보호의 일상이 되도록 정교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도 도입해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자살 예방 상담체계를 고도화하고 심리부검 확충 등 과학적 접근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 함께 교계의 역할도 주목된다. 교회가 단순한 예방 활동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살 발생 이후 유족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자살자 주변인은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등 복합 애도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며, 애도 과정을 온전히 밟지 못하면 우울증, 알코올 의존, 만성 질환, 심지어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강명수 한국자살유족협회 회장은 "교회가 캠페인이나 교육을 통해 예방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건 이후 남겨진 유족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지지할지가 더 중요하다"며 "유족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세심하게 조성하는 것이 결국 또 다른 자살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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