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전화평 기자 = 유엔 미래보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총인구의 2.1% 수준인 다문화 가구의 가구원이 2050년에는 2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작년에도 우리나라의 출생아 100명 중 6명이 다문화 가구에서 태어나며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을 가속시켰다.

문제는 다문화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다문화 가구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는 다문화 청소년과 청년들을 만나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와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가 다문화 청소년·청년 정책 간담회를 열고 다문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와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가 다문화 청소년·청년 정책 간담회를 열고 다문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수위 기획위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이사장 박옥식)가 주최한 ‘다문화 청소년·청년 정책 간담회’가 1일 YMCA 건물 친교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상임기획위원 윤창현 의원과 인수위 관계자들,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박옥식 이사장, 다문화 가구의 청소년·청년들, 글로벌한부모가족센터 황선영 대표,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 조상훈 교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다문화를 향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 문화에서 쭉 자라왔지만 국가라는 집단 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승효 군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자랐지만 국가에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감자 밭에 낀 고구마가 아니니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또래 집단에서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에 따르면 일반 학생에 비해 다문화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6.3배에 달한다. 다문화 청소년의 학업중단율이 높은 이유다. 소외감을 견디지 못한 다문화 학생들 중 일부는 스스로 생을 끝내기도 한다.

다문화학생 전문 대안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이재균 교사는 “학생들을 보면 외국인 혐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의 문제라 제도적으로 억압할 수는 없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시절에 교육을 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청년 박균상 군이 발언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어려움도 전했다. 어린시절 한국어를 배우는 시기가 늦어져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는 나비효과를 겪는 셈이다. 특히, 해외에서 거주하다 온 중도입학생의 경우 그 어려움은 가중된다.

대학생 남지혜 양은 “한국어를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정책이나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태국 국적으로 한국 학교에 중도 입학한 포시잔수지라 양은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인이 되려고 매우 어려운 귀화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국적이 외국인 경우 비자를 계속 연장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어 귀화시험을 준비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 측은 이중언어가 가능해 글로벌 인재로서 받는 기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린 시절 타국 출신 부모의 본국어를 배우더라도 학생 시절에는 사용할 일이 없는데다, 부모가 한국어를 배우기 원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다솜고 조상훈 교장은 “교육부에서는 글로벌 인재라며 한국어와 모국어를 강조한다”며 “그러나 글로벌 인재의 갖아 큰 조건은 영어로, 지금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교육적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측은 다문화 청소년·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이다.

상임기획위원 윤창현 국회의원은 “다른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잘 살펴서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노력과 민간적 노력, 개인적 노력이 결합됐을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잃지마시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 문제에 대해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간담회 참석자들. 앞줄에 윤창현 의원(가운데)과 박옥식 이사장, 다문화 청소년·청년들이 앉아있다.
 ▲간담회 참석자들. 앞줄에 윤창현 의원(가운데)과 박옥식 이사장, 다문화 청소년·청년들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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