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2018년 세계 톱 드러머 50’에 선정된 드러머 리노. 작은 교회에서 기부받은 드럼으로 드럼을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 곳곳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크리스천 프로 드러머가 됐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갑작스러운 실명과 다리 절단 위기, 자살 충동 등 어려움이 때마다 찾아왔지만 매번 하나님 은혜로 기적처럼 회복됐다는 게 리노의 고백이다. 

▲리노가 교회에서 기증 받은 드럼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리노) 
▲리노가 교회에서 기증 받은 드럼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리노) 

Q : 처음 드럼 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경기도 이천이라는 시골에 살았다. 집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작은 교회에 매주 예배드리러 갔었다. 그 교회에 누군가 드럼을 헌물 해주면서 9살 때 드럼을 처음 치게 됐다.

Q : 프로 드러머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 있었나?

시력이 안 좋아서 안경을 맞추려고 안경원에 갔더니 시력을 잴 수가 없으니 안과 가서 시력을 측정해 보라고 했다. 동네 시골 병원에 찾아갔는데 기계가 좋지 않았는지 의료 사고를 당해서 두 눈의 시력을 갑자기 잃게 됐다. 회복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병원에서는 장애인증을 발급해줬다. 나는 안 보이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 놀리지 않을까, 내 모습이 추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이 없어 드럼을 내려놓게 됐다.

▲최근 리노가 공개한 영상 'Back into the light'에서 안대로 눈 가리고 연주하는 모습 (사진제공=리노) 
▲최근 리노가 공개한 영상 'Back into the light'에서 안대로 눈 가리고 연주하는 모습 (사진제공=리노) 

Q : 기적처럼 다시 보이게 된 과정은?

한 계절, 두 계절 지나면서 희망도 점점 사라졌다. 극단적 선택도 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는 어둠만 가득했고 불만도 많아지면서 어머니와도 매일 싸웠다. 어머니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주셨을 때 입맛에 맞지 않으면 던지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어머니가 매일 밤마다 우시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더 힘들어졌다. 어머니가 불쌍해 보였다. 아들 하나밖에 없는데 집안 사정도 어려워지고 어머니는 무슨 죄인가 싶었다.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어머니께 감사 인사나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해본 적이 없어서 몇 주가 걸렸지만, 어느 날 또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주셨을 때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고 그때 어머니가 엉엉 우시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라지는 건 하나 없었지만 그때부터 ‘보이든 보이지 않든 하나님의 자녀로 감사하면서 기쁘게 살겠다’고 고백하며 매일 감사의 기도를 이어가자 기적처럼 조금씩 시력이 회복됐다. 빛이 보이고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1년 정도 걸쳐서 시력이 조금씩 회복됐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의사도 놀랐다.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은 충분히 다 보이고 감사하게 생활하고 있다.

Q : 다리 인대 절단, 발 뼛조각 사고는?

큰 좋은 회사의 아티스트로 선정이 되면서 해외 투어를 시작했을 때였다. 갑자기 못 걷게 되면서 한국에 다시 돌아와 검사를 했더니 인대가 끊기고 연골이 달아서 뼛조각이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을 하면 드러머 생활은 어려울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만약 뼈 제거 수술만 하고 인공적인 연골 삽입 등의 수술은 안 하면 어떻게 되냐 했더니 나중에 뼈가 상하고 썩기 시작하면 절단해야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하나님께 두 달이든, 세 달이든 쓰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뼛조각 제거하는 수술만 받고 퇴원했다.

Q : 어느 정도 치료됐는지?

병원에서는 한 2년 내로 못 걷게 돼서 다시 병원에 와야 할 거라고 얘기했었다. 물론 재활이 7년 정도 걸렸지만, 지금 벌써 10년이 지났는데도 걸을 수 있고 위험하지만 보조 장치 없이 뛸 수도 있다. 그렇게 또 기적처럼 생활하고 있다.

Q: 공황장애 등 질병은 어떻게 극복했나

공황장애로 한 달 반 정도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손발이 묶인 채로 갇혀 있었다.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이상 복용하면 죽을 수도 있다 할 정도 양의 약을 처방받고 살았었다. 잠도 못 잤고 아예 뇌가 멈추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약으로 기절시켜야만 안전할 만큼 굉장히 안 좋았었다.

그러다 시간이 좀 흘러 퇴원하고 녹음실로 다시 들어갔는데 더 이상 희망이 안 보이면서 삶을 마감해야 하나 생각했다. 눈이 안 보이고 발목 수술을 하면서 오랜 시간 쉬다 보니, 동료 뮤지션들도 돈 받고 하는 음악에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프로 생활을 그만두라고 했고, 하필 그때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다. 친구들 갑자기 전부 떠나게 되는 사건들도 겹치면서 전기가 나간 깜깜한 녹음실에 앉아있는데 우주에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 들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체험을 했고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 교회 다니면서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말씀이었지만 한 번도 와닿았던 적 없는 말씀이었다.

“리노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야. 내가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난 너의 드럼이 없어도 돼. 난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너 하나로 만족하고 기쁘다”

그 말씀을 듣고 ‘드럼을 잘 치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게 아니라 나 자체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구나. 하나님 사랑하는 게 하나님 원하시는 전부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너 하나면 돼’라는 그 말씀으로 일어섰고, ‘내일 아침 눈을 뜨고 한 발짝 걷는 것까지도 하나님 영광 위해서 하겠다’고 고백하면서 그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최근 리노가 공개한 영상 'Back into the light'에서 연주하는 모습 (사진제공=리노) 
▲최근 리노가 공개한 영상 'Back into the light'에서 연주하는 모습 (사진제공=리노) 

Q : 팬데믹 시기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온라인으로 한 퀄리티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SNS를 팔로우 해주는 분들 중 대대수가 이슬람 국가나 중국 등에서 종교성 활동을 지지해 줄 수 없는, 좋아요를 못 누르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실력과 영성을 담은 좋은 콘텐츠를 통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Q : 2019년 결혼식 ‘화제’…결혼 스토리는?

출석하는 오륜교회 해외 선교에서 마지막 날 간증 집회 때 내 앞 순서가 연극배우였던 아내였다. 아내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 투석을 하다가 연극을 그만두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머니처럼 기도 많이 하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Q : 어떤 가정 꾸리고 싶은가

먼저, 우리 가정의 모습으로 ‘나도 결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결혼식 영상을 본 많은 분들 중 크리스천을 싫어했거나 독신 주의자였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결혼하고 싶어졌다’고 연락 왔을 때 너무 기뻤다. 또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정이 되고 싶다.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사역이었는데 이제는 둘이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섬기고 싶다.

Q : 크리스천 프로 드러머로서의 비전은?

드럼이 없더라도 하나님께 쓰임 받게 해달라는 것이 저의 비전이다. 진짜 두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 마음의 통이다. 사람 마음을 울리지 못하면 허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은 발목을 다시 잃고, 눈이 안 보이게 되고, 심지어 말을 못 하게 되더라도 어떤 모습을 통해서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러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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