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매우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남아공 성인 남성 네 명 중 한 명꼴로 강간을 자행했다는 내용이 나온 것. 현지 지역 문화 연구 도중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 학대를 수차례 벌인다는 결과가 객관적인 방법으로 통해 나타난 것이다.


남아공의 ‘오명’ 현실화되나

남아공 보건조사위원회(MRC)가 실시한 조사에서 타인을 강간했다고 답한 현지 남성이 30% 가까이 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간 남아공은 강간 사건 발생 수가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 극도로 주의가 요구된 곳이었다. 이번 결과는 이러한 오명이 절대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보건조사위원회의 레이첼 쥬크스 교수와 그의 연구진이 케이프 타운 일부 지역과 콰줄루-나탈 지구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 17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몇몇 남성들의 심각한 성적 공격이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8%가 성인 여성 및 소녀를 강간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성인 남성과 소년을 범했다는 이는 3%였다. 그 중 강간을 한 차례 이상 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절반 가까이였다. 73%는 처음으로 강간했을 때, 나이가 20대 전이었다고 밝힌 이의 수치다.

또한 강간을 했거나 그 횟수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과는 상대적으로 AIDS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을 상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있는 사람이 일반 평균치보다 약 두 배 정도 HIV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특징은 돈을 주고서라도 섹스를 하는 경향이 있었고 콘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10명 중에 한 명 정도는 타인의 강요에 의해 동성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동성애 및 동성애 섹스를 금지시하는 남아공 부족 사회에 있어 이 같은 결과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남성 우월적인 전통문화에 이질적인 서양의 저급한 문화가 합쳐진 결과라는 얘기가 들린다.

남성 우월주의 형태의 일환

더욱 문제인 것은 강간이 법으로 금지된 것임에도 신고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고 피의자가 유죄 판결 받는 일도 매우 적다는 것.

그동안 남아공 사법부는 강간 등 범죄 행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강간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는 고작 7%였다. 신고 받아 처리한 건수가 이정도이고 피해자가 신고 안한 사례가 넘쳐난다면 실제로 남아공 전역에서 강간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남아공 현 대통령인 제이콥 주마(Jacob Zuma)도 과거 강간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현지 법정에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낸 것이 있다는 것. 당시 그는 가족 구성원의 한 여성을 강제로 성관계 가지려고 했다는 혐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들이 법원 청사를 둘러싸고 판사들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시위를 하면서 “그 여성을 태워버려라! 그 여성을 태워버려라!”(burn the bitch, burn the bitch)라고 큰 소리를 질러댔다. 제이콥 주마는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레이첼 쥬크스 교수는 “사법 정의 체계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한 마디로 ‘한심하다’(woeful)”고 비판했다.

쥬크스 교수는 이어 “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사회가 어느 정도 토론할 공간이 필요한데 과거에 비해 매우 작아진 느낌”이라며 “우리는 정부가 사회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쉽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남아공에서 강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성적 우월성과 남성의 권리라는 매우 해괴한 관념 밑에 이뤄진 일종의 ‘사내다움’을 표현하는 방식 때문이다”라며 “이것은 아프리카 전통적인 남성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게 내포된 아프리카 특유의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딘 피콕 활동가도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일부다처주의자라는 사실을 인용하면서, 현지 남성들이 여성을 하나의 장남감, 혹은 소유물로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피콕은 “‘만약 주마 대통령 곁에 많은 부인들을 두고 있다면, 우리도 수많은 여자 친구들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남아공 남자들의 외침을 우린 듣곤 하는데, 주마의 이런 마초적인 수사법이 현재의 상황을 뒤로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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