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인천참사랑병원.(사진=인천참사랑병원)
심각한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인천참사랑병원.(사진=인천참사랑병원)

[데일리굿뉴스] 박상우 기자 = 마약중독 치료보호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21대 국회 임기가 오는 5월까지이지만 22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3월에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총선 직후 21대 막판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계류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마약중독 치료보호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에는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설치‧운영‧지정과 관련된 근거가 명시돼 있으나 지원과 관련된 근거가 없어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치료보호기관 지원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치료보호기관의 운영과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11월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환자 치료보호 종료 후 재활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안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치료 종료 후 환자에게 1년 동안 마약류 재사용 여부에 대해 치료보호기관에서 매월 검사 또는 상담받을 것을 권고만 하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마약재범률이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약류 사범 재범률은 52%에 달했다.

개정안에는 치료보호기관이 치료보호가 종료된 환자에게 마약류 중독 재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중독재활센터, 보건복지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재활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안내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마약중독자의 판별검사 또는 치료보호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에 법원을 포함시키는 개정안과 법원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 및 도지사에게 마약중독자를 치료보호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등도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마약중독자의 치료‧재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처벌과 병행하면 마약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마약 범죄는 중독자를 치료해야 예방된다. 중독자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 중독자의 90% 이상은 자신이 중독됐다고 인정하지 않아 스스로 치료받는 일이 아주 적다. 이는 중독자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중독자 한 사람을 잘 치료하면 그 사람이 주변에 있는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한다. 이를 통해 마약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며 “투약자들을 치료해야만 회복이 되지 벌을 준다고 회복이 안 된다. 마약 판매상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엄하게 벌하고 투약자들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마약중독 치료보호 인프라는 열악하다. 

지난 1월 기준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총 26개소다. 그런데 대부분 병원이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제때 지원받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릴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치료보호기관 지정을 포기했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운영비 지원예산 9억 원과 환경개선비 지원예산 5억 원을 확보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5년간 정부가 치료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외상 치료비가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상 치료비 액수는 ▲2017년 2억 5,802만 원 ▲2018년 3억 1,734만 원 ▲2019년 1억 7,497만 원 ▲2020년 1만8,000원 ▲2021년 2,012만 원 ▲2022년 6,224만 원이다.

의료계에서는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 인프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들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약을 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만큼 치료와 재활을 통해 중독자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치료에 예산을 투자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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