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윤석열 대통령의 영수회담에 대한 인식이다. 2월 7일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앵커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단독회담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답변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와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의 대표 지도부를 직접 상대하는 건 대통령으로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 또 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같이 하든지”라고 조건을
대통령의 언어는 천만금의 무게를 지닌다. 아니,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만큼 매우 중차대하다. 대통령의 언어를 담당하는 비서관 직책이 따로 있는 이유다.현 메시지 비서관은 작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언어는 비서실장 휘하인 메시지 비서관의 손을 거쳐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다.메시지 비서관실은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조직 개편의 대상이 됐다. 이관섭 전임 비서실장이 정책실장일때는 정책실 산하로 옮겨갔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기도 했다.
해발 고도 200미터쯤 되는 심학산, 경사가 완만해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등산 초보자나 가족 산행에도 적격이다. 등산로 초입에 서면 깊은 산골 같은 분위기가 제법 느껴진다. 두릅, 더덕, 다래, 명이 등 산나물을 파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둘레길을 걷다 뱀을 발견했다. 길이 3미터쯤 될까. 등이 초록빛으로 보호색을 띄어 수풀과 구분할 수 없었지만 눈 좋은 내게 딱 걸렸다. 머리는 수풀에 숨긴 채 꽁무니 1미터 정도만 내놓고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 버튼을 지긋이 눌렀다. 뱀은 잠깐 움찔하더니 죽은 듯 멈춰 서 있었다.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상사 없이 끝난 게 그나마 다행이다. 무수한 언어들이 교차하고 공약이 난무했지만 기억 속에 남는 긍정의 언어나 기대할 만한 변화는 거의 없었다. 석 달 넘게 뉴스의 머리기사를 점령해 왔는데 부정적인 요소만 부각된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민망한 일이다.4~5년 마다 치르는 선거가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꿔야 할 점은 없을까.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낼 대안은 없을까. 개선점을 찾아본다.첫째, 출구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선거 때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투표율 67%, 14대 총선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 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 미래 1석, 진보당 1석으로 끝났다. 녹색 정의당, 무소속은 1석도 차지하지 못했다.야권의 압도적 승리였다. 전체 의석 300석 중 야당이 192석을 차지했고 집권 여당은 108석에 그쳤다. 여소야대 상황은 깨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국회와 더불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통령 임기 내내 여
“딱 내 한 표, 세상을 바꾼다” 작가 고도원이 쓴 한 줄 시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고 소개했다. 이메일을 통해 매일 전달되는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읽다 그 대목에 딱 꽂혔다.22대 총선 사전 투표 첫날인 금요일 오전 11시쯤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인 동사무소는 시골 장터처럼 북적거렸다. 동사무소 4층에 차려진 투표소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포기했다. 4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했다. 좁은 계단에 사람들이 두 줄로 서 있어,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정도의 공간만 남아 있었다.관외 투표자 줄은 예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미온적인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다. 올해도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왜곡 교과서를 통과시킨 일본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지난 해와 다를 것 없는 대응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나 몰라라’ 한다. 그야말로 ‘오불관언’이다. 일본 정부의 관심은 한반도의 북쪽에 꽂혀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3월 25일 “북한과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며 “총리 직할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책 한 권을 읽고 상념에 빠졌다. 미국인이 일본인에 대해 쓴 신간이다.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 갈색 표지, 금색 제목에 꽂혀 읽기 시작했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기자 제프 플래처가 쓴 책이다. 미국 프로야구 LA에인절스 소속 선수로 6년 동안 활약했던 투타 겸업의 일본인 스타 오타니 쇼헤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에인절스가 LA 근교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에 근거지를 둔 만큼, 기자는 오타니가 LA다저스로 옮겨가기 전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취재한 내용을 소개했다. 29살 프로야구 선수를 다룬 이야기가 책의 소재가
집안 일을 하는 것은 ‘젬병’이다. 웬만한 일은 아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시간을 다투며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여겨 봐 주는 것일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여유가 생긴 만큼 미안하다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다. 아내가 부탁을 하면 꼭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이달 초에도 그랬다. “반찬거리가 떨어졌다”며 “찌개를 만들 터이니 대파를 사다 달라”고 요구했다. 귀갓길, 집 부근 마트에 들러 채소 매장을 찾았다. 봉지에 담긴 대파는 양이 너무 많았다. 족히 50cm는 될 법한 대파가 대여섯 뿌리씩 담겨 있었다. 가격표에는 4,200원으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이맘때였다. 대회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행사라며 준비 상황을 적극 소개했다. 새만금 부지 8. 84㎢에서 8월 1일부터 열리는, 전세계 4만 3,000여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문화체험과 함께 야영을 통해 개척정신을 기르고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잼버리 정신을 익힐 거라고 홍보했다. 당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그 무렵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봤다. 잼버리
고즈넉한 마을로 들어섰다. 실개천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 목적지에 이르러 차에서 내렸다. 민가 몇 호가 보이지만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건너편 마을회관에는 태극기와 지자체를 상징하는 깃발이 강풍에 펄럭이고 있었다. 하늘을 가린 고목과 낡은 정자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지켜본 듯했지만, 더 이상 제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한 모습으로 남아있었다.모퉁이를 끼고 호젓한 오르막길로 접어 들었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다닐만한 폭 2미터가량의 농로였다. 한 쪽은 논과 밭, 다른 한 쪽은 나지막한 야산이다. 한 어르신이 노인용 전동 스쿠터를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다.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영화인들이 정장을 차려 입고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시상식장 주변의 살풍경한 경계망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올해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으로 가는 길 역시 경비가 강화됐다. 올해는 특히 시위대가 몰리면서 입장이 허용된 관객이나 취재진은 물론이고 유명 스타들까지 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차를 내려 걸어가야 했다.아카데미상 소개 영상을 지켜보다, 며칠 전 관람한 영화를 통
2월 29일 겨우 확정됐다.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경계는 어디로 할지, 지역구 의원은 몇 명을 뽑을지, 비례대표는 어떻게, 몇 명을 뽑을지. 4·10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경기 규칙이 비로소 만들어졌다.법안은 선거법 개정 시한을 총선 13개월 전으로 못 박아 두고 있다. 21대 국회는 법정 시한을 어겼다. 여야는 지난 1년여 타결점을 모색하기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탓하는 데 주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초부터 국민 공론조사를 실
주말이면 영화관을 즐겨 찾는다. 혼잡하거나, 오래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관객들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로 예약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볼 수 있는 조조 영화 관람이 취향에 맞다.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조조 영화 관람이 매번 흡족한 것은 아니다. 관객이 너무 없어 문제가 되는 수도 있다. 관객이 적으면 푸대접을 받는 것 같다. 상영시간 내내 관객 서너 명이 영화를 볼 때의 일이었다. 난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실내가 무척 추웠다.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 은근히 부아가
“어느 비 오는 화요일 오후, 예진은 그의 아파트에서 친구들을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예진은 서울 외곽에 사는 이른바 ‘행복한 싱글’이다. 식사를 하던 중 어떤 친구가 낯익은 공룡 만화의 한 대목을 휴대폰을 통해 보여줬다. 공룡은 ‘조심하세요. 우리처럼 멸종되지 않아야지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올해 30살인 방송사 프로듀서 예진은 ‘재밌지만 암담하다. 우리가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도, 친구들도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다. 그들은 아이 없는 삶을 택한 많은 여성 중 하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 오욕과 수난의 역사 현장이다. 100년 넘게 한국인들의 출입이 금지됐던 땅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식산은행의 사택 부지였다. 일제가 동양척식회사와 함께 한반도를 식민 지배하기 위해 만든 특수 은행의 관계자들이 사용했던 곳이다. 일제가 패망한 뒤에도 그 땅은 우리 손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미군과 미국 대사관 숙소로 쓰였다. 1997년 그 땅이 우리 정부 소유로 넘겨졌지만,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길 쪽에서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높이 4미터의 담장이 처져 있었다. 한 기업이 그 땅을 사들여 호텔을 지
국회 법사위가 2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박성재 검사는 제70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장관 취임을 축하한다. 전임자이면서 같은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장관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변신한 만큼, 후임자로서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박 장관의 경력을 훑어보니,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시작해 대검 감찰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서울동부지검 차장, 제주·창원 지검장, 광주·대구·서울 고검장을 거쳤다. 엘리트 코스를 두루 밟은 검찰 내 특수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수교를 선언했다. 양국 유엔대표부가 뉴욕에서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식은 우리 시간으로 14일 한밤중 발표됐다. 북한의 반발과 방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해석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다. 북한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쿠바와 수교한 것은, 우리 외교사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한국이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 수교를 제안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일이다. 이후 2005년 9월 양국의 무역 창구가 열렸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코트라 무역관이 개설됐다. 그 해 대쿠바 수출
북한이 14일 오전 동해상으로 순항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했다.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발사된 것은 확인됐다. 어떤 종류의 미사일인지, 몇 발이 발사됐는지는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다. 우리 군은 “감시와 경계를 강화하고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해,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순항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이다. 이번에는 동해 쪽을 겨냥했다. 북한이 동·서해를 가리지 않고 순항 미사일을 거듭 발사하고 있지만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언론도 머리기사로 다루지 않
터커 칼슨,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그가 해고된 직후 사흘 동안 시청률은 폭락했다. 평일 밤 8시 황금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폭스뉴스의 영광은 그의 퇴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폭스뉴스는 2016년부터 7년 동안 간판 앵커로 일했던 그를 2023년 4월 전격 해고했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폭스뉴스가, 투개표 회사인 도미니언측에 명예훼손 배상금으로 1조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직후의 일이다. 터커 칼슨은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