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제2의 루터가 나올지 기대를 모았던 2017년. 두드러진 성과는 적었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관객에게 울림을 주기엔 충분했다. 기독교 문화 기자 모임인 '씨씨플러스(CC+)'는 지난 6일 대학로 동숭교회의 한 카페에서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영화), 송재호 미디어스코프 팀장(음악),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출판), 김관영 문화행동아트리 대표(뮤지컬)를 패널로 2017년을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 영화와 음악에 대한 이슈를 정리한 [2017 문화결산①]에 이어 이번 [2017 문화결산②]에서는 올해의 기독교 출판과 뮤지컬 분야를 정리했다.
 

 ▲기독교 문화 기자 모임 '씨씨플러스(CC+)'는 지난 6일 각 분야 대표와 2017년을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른쪽부터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 송재호 미디어스코프 팀장,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 김관영 문화행동아트리 대표.ⓒ데일리굿뉴스

 
[출판계] 종교개혁 도서만 200권…과제 남아
 
출판계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가장 많이 반영한 분야였다. 성경을 번역해 보급함으로써 종교개혁을 이뤄낸 마틴 루터.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지금은 루터와 관련된 도서들이 기독 출판계에 쏟아졌다. 올해 출판된 종교개혁 관련 도서 200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종교개혁 관련 도서는 홍수였지만,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눈에 띄는 도서는 없었다. 기독 출판계도 기독 음악계처럼 10년 전 베스트셀러와 현재의 베스트셀러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는 "기독 문화도 융·복합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콘텐츠 중심으로 간다면 숨어있는 좋은 도서들도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 독자만을 대상으로 한 도서물이 쏟아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 대표는 "자유경쟁시장에서 기독 출판계는 타 도서와 경쟁할만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올해 출판계 상황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국민이 갖고 있는 정서와 출판이 갖고 있는 정서는 가장 유사할 것"이라며, "사회적 이슈로 힘들었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올해 출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어깨가 무거웠을 기독 출판계. 기독 출판계에는 루터의 성경 보급을 본받아 '도서로 다음 세대에 바른 신앙을 전하는 것'과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이는 두 가지 과제가 남겨졌다. 2018년에는 기독 출판계에도 봄이 찾아올지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계]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관객 위로…격려 필요해
 
1년에 상영된 약 2천여 편의 공연 중 기독 뮤지컬은 <라면에 파송송>, <요한계시록>, <루터> 등 총 20작품으로, 전체 시장의 1%를 차지했다. 김관영 문화행동아트리 대표는 "통계 상 4명 중 1명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는데, 1% 점유율은 상당히 적은 숫자"라며 "지금부터라도 기독 공연이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한 해는 힘들었을 관객들을 위로하고, 사랑의 소중함을 알리는 뮤지컬이 다수 상영됐다. 세월호 참사로 절망한 대한민국의 회복을 바라며 제작된 뮤지컬 <라면에 파송송>은 '여호와 라파(치유하는 하나님)'를 모티브로 삼았다. 낙담하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날개 잃은 천사>는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음악과 함께 진솔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사랑이 주요 테마인 뮤지컬 <요한계시록>은 '일곱 교회에 보낸 예수 그리스도의 편지'를 주된 내용으로 다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했던 작품 중 하나인 <더북>은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기독 뮤지컬계에 힘을 실었다. <더북> 은 15세기 초 영국에서 번역 성경을 전하는 데 힘썼던 '롤라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외에도 <마르틴 루터>, <루터>, <아드폰테스>와 같은 뮤지컬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상징하는 뮤지컬로 꼽혔다.
 
한편 출판계와 마찬가지로 기독 뮤지컬계에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관영 대표는 "현재 제작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기독 공연이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기 위해 기독 공연 관계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예전 크리스천 성극제, 헤럴드 성극제처럼 이들을 한자리에 초대하는 자리였던 크리스천 공연 페스티벌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김 대표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독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크리스천들이 마음껏 은혜 받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일이 우선순위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관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토대 위에 비기독교인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출판계와 뮤지컬계는 유독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문화를 통해 관객을 응원하고 위로했다. '이들에게도 격려가 필요하다'는 김관영 대표의 말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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