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최초로 안락사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안락사와 존엄사 합법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도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호주뉴스 닷컴>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상원은 지난 22일부터 28시간의 마라톤 토론 끝에 안락사 법을 찬성 22표, 반대 18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이 논의한 안락사 법은 18세 이상의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의사와 상의 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의를 주도한 빅토리아주 데니얼 엔드류 수상은 "굉장히 오랜 토론 끝에 결정된 사항"이라며 "그동안 반대해왔던 안락사가 통과됐다. 이제 빅토리아주에서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안락사 법안 중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안락사가 허용되는 환자의 최대 기대수명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고, 안락사를 원하는 외국인이나 지역 사람들은 최소 1년 이상 빅토리아 주에 머물러야 안락사 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은 하원이 제출안 법안 일부를 수정함으로써 다시 하원의 승인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엔드류 주 수상은 하원의 통과는 무난하리라 전망했다.
하원에서 상원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빅토리아주 안락사 법은 2019년 6월부터 발효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독교계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댄 플린 (호주 크리스천 로비)는 "상원은 윤리적 문제를 넘어 '죽음의 문화'를 받아드린 것"이라며 "법안은 문제가 많아 호주의 어떤 주에서도 적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호주 남동부의 이추카시(市)의 조지 해밍 목사(성공회 교회)는 "안락사 허용은 사회가 자살 돕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살을 막는 다양한 보호장치가 무너지게 된다. 벨기에의 경우는 성인만 안락사하도록 법을 제정했지만 지난 2014년 연령제한을 해지하면서 만 18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들도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현재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일본에서는 안락사가 법으로 인정된 상태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존엄사와 안락사를 합법화시켰으며, 스위스는 안락사를 비롯해 조력 자살까지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