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20~30대 부채 비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무담보·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등 청년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교계에 확산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대비 부채비율 상승폭이 20~30대 청년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청년층, 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 다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 상승폭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로 가장 큰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LTI 상승폭은 20대 이하가 23.8%, 30대는 23.9%였다. 40대와 50대는 각각 13.3%, 6%에 그쳤다.

문제는 고금리 대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 대부분 담보나 신용이 없다 보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도권 밖에서 대출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심한 경우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청년들도 상당수다. 법정 최고금리(24%)에 육박한 고금리 대출을 받다 보니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희년은행 김재광 금융센터장은 “코로나19 기점 작년 하반기부터 불법 사금융대출 피해사례로 센터를 찾아오는 청년들이 확연히 늘었다”며 “대출 액수 자체가 적음에도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빚의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희년은행, 무담보·무이자 전환 대출로 지원

'희년은행'은 악성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위해 고금리 부채를 무담보·무이자로 전환 대출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기독교 비정부기구 ‘희년함께’가 2016년 설립한 곳으로, 성경 속 희년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년이란 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공포된 안식의 해로, 이 해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를 풀어주며 빚을 탕감해줬다.

자금은 조합원들의 무이자 저축을 통해 조달한다. 설립 취지에 공감한 이들 누구나 희년은행의 조합원이 돼 기금 조성에 참여할 수 있다. 기본 조합원은 매월 5,000원 이상, 출자조합원은 5만 원 이상의 금액을 조합비로 납입하면 된다. 조합원에게는 저축한 만큼의 무이자대출권이 지급된다. 현재 580여 교회와 성도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센터를 찾은 이들 모두가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두 차례 금융 전문가 상담과 교육을 통해 내담자의 지출 습관을 재정비하고 상환 의지를 고취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관계 형성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 본격적인 채무 조정에 들어간다.

부채 성격에 따라 공공기관 등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희년은행 대출을 제안하는 등 부채 분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희년은행 대출 심사는 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외부 감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진행된다.

김 센터장은 “희년은행은 ‘지속가능한 회복’에 초점을 두고 운영한다”며 “때론 내담자의 구직 활동을 돕기도 하며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년은행은 또 교회들을 대상으로 청년 재정 사역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희년은행과 같이 무이자 대출을 하거나 빚 탕감 사역 등을 시작하려는 교회들에 5년간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운영 매뉴얼 등의 자료를 제공하며 기반 마련을 돕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전에도 교회가 먼저 선도하고 사회가 그 모델을 참고해 제도화시킨 경우가 꽤 있었다”며 “교회가 앞장서 채무자를 보호하고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다양한 모델들을 선도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도 '희년기금사역'으로 성도 재정 도와

실제로 희년은행은 조합원 교회들에도 이 같은 사역을 권유해 현재 5곳의 교회가 희년은행 자문을 받아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경기 고양시 일산은혜교회는 지난해 여름부터 ‘희년기금사역’을 시작했다.

교회 자체적으로 꾸린 희년기금위원회를 중심으로 십시일반 모은 성도들의 헌금과 교회 기금을 활용해 최대 300만 원까지 두 차례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상환 기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신청자 개인이 직접 상환계획을 세우게끔 한다. 또 형편에 따라 상환 자체를 면제시켜주기도 한다. 최근엔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익명으로 돈을 기증하는 ‘모퉁이돌 사역’도 시작했다.

희년기금사역을 총괄하는 일산은혜교회 조영민 집사는 “우리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면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이 많다”며 “특히 청년들은 금융 지식이 부족하고 소득이 불안정해 주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만 먹으면 어느 교회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며 “청년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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