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경제 활동이 묶이면서 전 세계 대기 상태와 공기 청정도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길거리에는 일회용품이 쌓여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오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계속된 일회용품 사용은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기의 질은 좋아졌지만, 비대면문화 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은 급증해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코로나의 역설…대기오염 완화

코로나19로 인간의 경제 활동은 제한됐지만, 건강을 위협하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지구촌의 공기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는 대도시와 산업도시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대기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생산과 운송 활동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올해 1분기 모든 오염물질 농도가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월등히 낮아졌고, 이산화질소 농도는 1990년대 수준을 보였다.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뉴델리에서는 지난 3월 말 별자리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공기 질이 좋음과 보통 수준으로 개선됐다. 인도 펀자브 지역에서는 160km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일 정도였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봉쇄령으로 산업 시설 가동과 차량 운행이 대부분 멈추면서 공기가 맑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유럽과 미국의 대기 질도 일시적으로 나아졌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아 '유럽의 우한'이라 불리는 북부 이탈리아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40%나 격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스턴에서 워싱턴에 이르는 지역의 이산화질소가 200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깨끗한 상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45%), 호주 시드니(-38%),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26%),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9%) 등지에서도 이산화질소 농도가 떨어지는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1월 말 이후 더 낮아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한국의 m³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지난해 33μg에서 올해 24μg으로 27%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 올 1월 26,27μg였던 수치가 2월에 25μg, 3월에는 21μg로 점차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동풍 일수·강수량 증가 같은 기상조건, 지난해 말 도입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광범위한 외출자제령 등 내부적 요인으로 이산화질소 농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중국 산업 중단, 중국의 자체 저감대책 실시, 도시가스 사용량 감소 등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대기 질 개선 현상이 나타난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이후 상당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장이 줄지어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대기오염이 봉쇄 이전 수준으로 악화됐단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포스트코로나19 대책에서 친환경·청정에너지 우선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계절관리기간(지난 해 12월~올해 3월)엔 기상 여건이나 국외 발 초미세먼지 감소 같은 외부 요인이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향후 추이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에너지 산업계와 협의해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을 마련하고 차기 계절관리제를 더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폐기물 아우르는 대안 절실

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카페 등지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일시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비말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은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등 분리배출 습관까지 흐트러지고 있어 분리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감염병 대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모든 식품접객업소에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각 지자체별로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실제 일회용품 사용에 영향을 끼쳤다.
 
한 커피 전문점 직원 이진하 씨(25)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찾고 있다"며 "이전에 비해 사용량이 절반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도 마찬가지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코로나19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배달음식 이용률이 33%에서 52%로 증가했다. 포장용기나 식기 등 모두 일회용품인걸 감안하면 배달 한번에 상당히 많은 일회용품이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된 일회용품 쓰레기들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지거나, 오염물질과 함께 배출되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이 전년대비 25%까지 증가해 분리 작업 인력도 부족한 데다 소각 시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 발생으로 대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개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관련 정책 강화 등 절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의 환경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방역과 폐기물 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과도한 포장재 사용 자제 등 보다 친환경적인 소비 형태와 재사용 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로 창조세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기독교인들의 자세도 요구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유미호 센터장은 "신앙적 가치관으로 창조물을 바라보고 묵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제적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등 교회와 가정에서의 작은 실천이 환경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클리기획팀 김민주·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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