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4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매출이 폭락한 의류·주류 업계와는 달리 일본차와 게임 등은 판매량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업체들의 대규모 할인 공세에 소비자들이 점차 구매를 늘리는 모습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본車 국내 판매량 급증, 맥주는 '퇴출'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바닥을 찍었던 일본 소비재 기업들의 10월 매출이 전월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0월 일본차 브랜드별 판매량은 9월과 비교해 대부분 증가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전체 판매량은 1,977대로 전달보다 79.2%나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혼다 업체의 경우, 9월 116대에서 10월 806대로 한 달새 판매량이 385.5% 급증했다. 한국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판매 부진에 시달렸던 닛산도 46대에서 202.2% 늘어난 139대가 판매되며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였다. 인피니티는 168대로 250% 증가, 렉서스만 전달 대비 2.8% 감소했지만 일본차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차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폭탄세일'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 기회에 일본차를 저렴하게 장만하자'는 생각으로 구매계약을 하고 있다"며 "할인 공세의 영향으로 단기적 매출이 상승한 것일 뿐 근본적인 회복변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게임 등 문화산업은 불매운동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일본의 대표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플스)의 경우 구매 대란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플스 정가를 최대 15만 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구매 장사진을 이뤘다. 또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50위권을 보면, 일본의 만화책 신작이 다수 순위 권에 포진돼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공산품과 달리 문화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정치색에서 자유로워 불매운동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체재가 많은 품목들은 불매운동에 여전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일본 맥주는 국내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췄을 정도다. 실제로 수입맥주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일본맥주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순위가 27위로 급락했다.

의류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니클로는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매출하락을 면치 못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 받은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 가운데 지난 10월 한달 유니클로 매출액은 91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동월 매출금액(275억 원)보다 67% 감소한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본 업계의 할인 행사에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 모르게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샤이 재팬' 현상도 시작됐다. 그러나 일본 유통업계 불황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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