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교회에 대한 새로운 욕구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19-11-05 1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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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비제도권 교회들의 등장

최근 한국에 새로운 유형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다. 제도권 교회들의 성장 정체 속에서 건물, 성직자, 교단 등 기존의 교회 구성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실험적인 새로운 기독교 공동체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교회의 틀에서는 의미 있는 신앙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그리고 이러한 모양을 원하는 교인들의 욕구에 부응해 기존 교회의 모습에서 탈피한 신앙 공동체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들은 기존의 관점에서는 교회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고, 또한 기존 교회의 틀로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비제도권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종교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탈물질주의와 실존적 안정감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욕구가 번영신학에 의지한 축복형에서 의미형으로 변환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점점 더 전통적 사회 기관들로부터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해 개인화, 파편화 돼가는 포스트모더니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 교회들은 이렇게 개인 중심의 영성 추구, 형식적 종교의식 보다는 의미와 관계 중심의 신앙 표현,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증가에 대한 저항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비제도권 교회의 등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사회가 지향하는 대형화와 규격화로 대표되는 사회 체계화가 종교계까지 퍼지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신흥 종교였던 기독교가 서구 문명의 제도권으로 흡수된 이후에, 그 지배 체제의 위치를 굳혔고, 기독교는 점차 제도화된 문화적 관습이 됐다. 그로 인해서 교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관료제와 같은 성격이 교회 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도권 교회에서 문화적 그리스도인이 되기보다는 실제적인 영성의 경험과 인격적 공동체를 추구하는 새로운 탈 제도적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엄밀히 말해서 기독교 세계권에 속하지는 않지만, 서구기독교의 경험을 따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제도화의 딜레마

이러한 현상은 종교사회학에서 말하는 ‘제도화의 딜레마’와 관련된다. 제도화의 딜레마란, 교회는 공동체를 추구하지만 그 형태는 사회조직의 특성을 나타내는 데서 오는 문제를 가리킨다. 교회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교회구성원인 신자들 사이에 일치와 연합, 결속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조직으로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그러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1차집단과 2차집단의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제도화는 교회가 존재를 지속하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조직은 처음에는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운동체 성격으로 시작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고 목적에 보다 빨리 도달하기 위해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된다. 마찬가지로 종교도 처음에는 창시자의 카리스마 있는 능력에 의해 시작된 후에는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화되는 경향이 있다. 종교의 제도화는 특정종교가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면서 역사를 따라 지속하는가, 아니면 창시자의 카리스마적 종교운동으로 끝나고 마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여기서 1세대 지도자의 카리스마적 권위의 제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조직은 와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도화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먼저 조직의 규모가 커질 때 필연으로 나타나는 귀속감 저하 현상을 가리키는 ‘확장의 딜레마’를 들 수 있다. 곧 구성원 사이에서 목표와 규범에 대한 합의의 강도가 약화되는 것이다. 구성원 사이의 교섭이 어려워지고 다양성이 증가되면서 정책결정에 대한 공통이해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다음으로 ‘복합동기의 딜레마’는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교회출석동기가 다양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는 이유는, 구원을 받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위로나 도움을 받기 위해, 복을 받기 위해, 치유를 받기 위해, 사회에서 누리지 못하는 지위나 권력을 교회에서 대용으로 누려보기 위해, 사회운동의 기반을 구하기 위해, 정치나 사업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등 참으로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관료주의화의 문제이다. 현대의 모든 조직은 상당한 정도로 관료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관료제는 조직 자체의 존속과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환경에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경향을 낳는다.

이러한 교회 제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다. 종교학자인 다이애나 버틀러 배스는 미국 교계에 화제가 됐던 ?교회의 종말?에서 중앙 통제에 의해서 표준화되고 규칙화된 종교 형태의 기독교는 쇠퇴하는 반면, 훨씬 더 유연한 형태의 창의성과 인격성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 공동체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전망한다. 전통 교단들의 교세 약화 이면에는, 관습적 종교의 틀을 넘어서는 영성과 관계 중심의 신앙 재편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미국에서 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교회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이다.

한국의 비제도권 교회들

필자는 교단에 속하지 않고 그들 나름의 교회관에 입각하여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비제도권 교회들을 조사연구 하였다. 25개 사례 중에 유형별로는 목회자 없이 평신도들로 구성되었거나 목회자가 있어도 목회자로서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평신도 교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주일에 모이지 않고 평일에 모이는 주중 교회 형태가 3개 있었고 명시적으로 교회를 표방하지 않지만 사실상 교회의 기능을 수행하는 사례가 2개 있었다. 한 가지 특징은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여 논문과 책으로 출판된 ‘가나안 성도’ 곧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표방하며 모이는 사례가 3개 있어서 최근 개신교계에서 가나안 성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과 기존 교인들의 인식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교회에 대한 만족도와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이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특히 규모와 체계를 갖춘 교회에 유리한 항목을 제외하고 교회의 본래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측면에 대해서 비제도권 교회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비제도권 교회들이 오늘날 개신교 신자들이 요구하는 신앙적 욕구에 더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신앙생활 이유에서도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비제도권 교회의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속 교단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교단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교단의 방침이나 이해관계를 넘어서 교인들의 종교적 필요에 민감하고 보다 교회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교인들 중에는 본인이 속한 교회가 교단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어떤 교단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다니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교단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교회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며 보다 공동체적인 교회를 이루려고 하는 교회라면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비제도권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 교회에 큰 도전을 던져준다. 교회 성장 이후기, 엄밀히 말하면 제도교회의 쇠퇴기에 새로운 유형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고 이들이 새로운 신앙적 욕구를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제도권 교회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교회들과는 형식 구조 면에서 뚜렷한 차별성과 자생적 자유로움을 지니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새롭고 다양한 종교적인 욕구에 대해서 한국 교회, 특히 제도권 교회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스스로 갱신할 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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