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1년이라면?…'쉼'으로 회복되는 청소년들

윤인경(ikfree12@naver.com)

등록일:2018-12-07 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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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루 최고 16시간을 공부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일지 모르지만, 가장 불행한 학생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늦어지는 게 두려워 학교로도 모자라 학원 뺑뺑이를 돌며 모두가 열심히 달린다. 그런데 이런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겠다는 아이들이 있다. 과감하게 학교를 벗어나 1년을 뒤쳐지기로 작정한 이팔청춘, 꽃다운친구들을 만나봤다.
 
 ▲꽃다운친구들 3기 학생들은 가장 아쉬웠던 것을 적으며 지난 1년의 방학을 돌이켰다.ⓒ데일리굿뉴스
 
무슨 방학을 1년이나?…"안식년,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해요"
 
'요즘은 재수, 삼수도 흔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휴학 한두 번 정도는 일상적인데,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1년 쉬는 것 정도는 해볼 만 하지 않을까?'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 전에 1년 동안 방학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꽃다운친구들'(이수진 대표, 이하 꽃친)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삶은 고달프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독서실로 향하다가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힘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를 기록한다.
 
이수진 대표는 "오늘과 내일의 행복 중에서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아이들은 미래를 꿈꿀 시간도, 자기 자신을 알아갈 시간도 없다'며 "평균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는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인데 그 중에 1년 정도는 해볼만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또는 고등학교 졸업 뒤 1년을 쉬면서 진로를 탐색하는 프로그램 등 비제도권 교육이 발달해 왔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나 영국 갭이어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를 멈추고 쉼과 여행, 진로 탐색에 나선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를 벗어난 교육을 상상해보기 어려울 정도로, 교육은 전통적으로 곧 학교를 의미해왔다. 그런 학교를 1년 통째로 쉰다는 것은 부모 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터. 어떻게 꽃친에 참여하게 됐을까.
 
3기 청소년 6명을 만나보니 대부분 부모님의 권유로 꽃친을 알게 됐지만 결정은 본인들의 몫이었다.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꽃친에 온 최서진 군은 "다른 친구들은 다 공부하고 학원 가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되돌아볼 시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 두려움보다 더 컸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일 꽃다운친구들 모임에서 꽃씨가 되어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학생들.ⓒ데일리굿뉴스
 
꽃친들의 고민, 어떻게 하면 푹 잘 쉴까?
 
꽃친은 일주일에 2번 모인다. 느슨하게 짜여진 프로그램 외에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일단 시작하고 본다. 올해는 단편영화 제작과 목공수업, 도자기를 비롯해 아이들이 직접 기획해서 다녀온 래프팅과 암벽등반 등을 함께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5일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자든, 종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든 오롯이 아이들 마음대로다.
 
김은혜 양은 "기본적으로 12시간 이상 잠을 잤고 핸드폰 하면서 놀고 먹으면서 '홈뒹굴링'을 했다"며 "저는 언제든 시간을 맞춰줄 수 있으니까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다 나갔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김다영 양도 "처음에는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집에만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만 있는 게 또 싫어서 어디든 밖에 나가보려고 했던 기간도 있었다"며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갔던 것과 좋아하는 영화를 정말 많이 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고 집에서 놀면서 보내는 아이를 그저 바라만 보는 건 부모에게도 큰 도전이다. 학업의 연장이 아닌 정말 온전한 쉼을 누리라고 허락했지만, 내심 이 참에 진로를 찾아보거나 뭐라도 했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
 
이수진 대표는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참다 못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1년이 지난 뒤에 보면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눈에 띄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부모님들은 '우리 애만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만사태평하게 시간을 보내고 그나마 세운 계획도 작심삼일이면 끝나는 아이들에게 실망하고 심지어 원망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여름쯤 지나면서 느긋함이 생기죠. '아 이제 어쩔 수 없구나' 그러면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자녀를 보는 눈에 큰 변화가 생겨요. 공부하는 존재가 아닌 하나님이 주신 자녀로 바라보고, 학업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 아이만의 장점,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무엇보다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꽃친 3기의 한 부모는 "학교 시스템에 구겨 넣어졌던 풍선이 다시 제 모양을 찾은 것처럼, 아이가 자신의 고유한 모양을 지켜가는 힘을 기른 것 같다. 아이가 단단해져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학교를 완전히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한다거나 오랜 시간 동안 학업을 중단하는 결정은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1년짜리 방학은 하나의 절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옥유겸 군은 "굳이 꽃친을 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1년 방학'을 적극 추천했다.
 
 ▲꽃다운친구들을 표현하는 손동작을 다같이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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