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바지를 재활용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청바지를 즐겨 입는 신옥선 집사의 '청바지 업사이클링'은 이렇게 시작됐다.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녹색신앙과도 일치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버려진 청바지의 무궁무진한 변신 속으로 들어가보자.
버려진 청바지로 만든 필통·앞치마·파우치 '참신'
지난주 한 카페에서 만난 신옥선 집사가 입고 있던 옷은 대부분 물려 입은 옷들이었다. 중고품 전문매장인 초록가게에서 산 따뜻한 폴라티, 옆집 아주머니가 건네준 바지, 엄마에게 물려받은 겉옷 등이다.
신옥선 집사는 "어렸을 때 양말에 구멍이 나거나 옷이 찢어지면 엄마가 기워주셨는데, 그게 전혀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다"라며 "손위 형제자매가 입던 옷을 동생들이 물려 입는 것도 너무 당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면 지금은 물건을 사고 버리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시대다. 평소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던 신 집사는 10년 동안 입으며 추억이 쌓인 청바지를 버릴 수 없어 필통으로 만들어본 것이 '청바지 업사이클링'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새로운 디자인과 쓰임새를 더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청바지 단추와 주머니 등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멋스러운 에코백부터 파우치, 필통, 앞치마와 러그까지. 청바지의 변신은 무궁무진했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가장 간단한 에코백의 경우 2~30분 정도면 된다.
전 세계도 업사이클링 열풍…"녹색신앙과도 일치해요"
약 25년 전 재활용천으로 가방을 제조해 업사이클링 기업의 시초로 꼽히는 스위스 '프라이탁'을 선두로, 해외에서는 이미 업사이클링의 열풍이 대단하다. 국내에서도 5년 전에는 불과 10여 개에 불과하던 업사이클링 업체가 2016년에는 15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에서는 업사이클링이 아직 낯선 개념이다. 신옥선 집사 역시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교회나 기독교 단체와 본격적인 활동을 같이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신옥선 집사는 "작년 봄 일산백석교회에서 지역주민·성도들과 함께 새활용공방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뜨거웠다"며 "이후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과도 협력하면서 청바지 뿐만 아니라 재활용천으로 텀블러 가방, 화분 걸이 만들기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을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처럼 집에 있던 엄마들이 기존에 집에서 안 입던 옷들을 새롭게 되살리는 작업을 하면서 생각도 바뀌고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걸 느낀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변화하고 그 가족들, 교회가 변화하기 시작하면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옥선 집사가 업사이클링을 한다는 사실이 교회와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녀의 집에는 하루를 멀다 하고 배달된 헌 옷들이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매일같이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리지만 항상 새활용이 되는 양보다 버려지는 옷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마음껏 누리라고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이 환경을, 사람들이 조금 편하자고 자꾸 생산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것이 결국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새활용을 통해 환경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쓸모 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더욱 많은 분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