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 넘은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6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께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앞에서 김포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보육교사 죽음 계기…무고한 피해 등 부작용 논란  
 
최근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터넷 카페에 신상이 공개되고 비난이 쏟아지자 심리적 압박감을 못 이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보육교사 A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혹은 김포 지역의 한 맘카페에서 시작됐다. A씨가 돗자리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넘어지자 A씨를 가해자로 단정 짓는 글이 게재되면서 발단이 됐다.
 
학대를 당한 아동의 이모라고 밝힌 한 카페 회원은 지난 11일 글을 통해 어린이집 명칭과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글의 댓글에는 욕이 빗발쳤고, A씨의 신상정보가 회원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A씨는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의 전후 사정이 공개되자,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교육교사 실명을 공개한 사람을 처벌해달라’ ‘맘카페를 모두 폐쇄시켜야 한다’ 등 강력한 처분을 촉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과거 불거졌던 비슷한 사례들도 다시금 재조명 됐다. 올해 7월에만 해도 경기도 광주시 한 맘카페 회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글쓴이는 태권도 원장이 난폭운전을 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삽시간에 논란을 일으켰고 학원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허나 이는 모두 허위 사실에 불과했다. 글쓴이가 관장에게 직접 사과하며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피해자는 이미 경제적·심적 타격을 모두 입은 상태였다.
 
문제는 맘카페가 거대화되고 권력화되면서 이 같은 사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맘카페는 이제 '신종 갑질 집단'이라 불리며 사회문제로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비방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올려서 명예가 훼손됐을 경우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사실 부족하다”며 "결국 인터넷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경각심을 갖는 것 이외에는 지금은 뾰족한 수가 없다. 혐오(표현)금지법이라든가 여러 가지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법이라는 것은 최종적 단계이고, 시민사회 내에서 여러 가지 각성과 성찰들이 있어야 한다”며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처럼 인터넷도 공적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터넷에 정보라든가 개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릴 경우 거듭 확인해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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