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해방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후계자를 자처해온 제시 잭슨 목사는 그간 흑인 및 소수인종, 정치범, 성희롱 문제 등에 목소리를 높인 인권운동가다. 그런 그가 3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파킨슨병을 진단 받고도 현역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매진 중인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보에 큰 자극을 던지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26일 오후 6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지도자 '제시 잭슨 목사' 초청 기자회견이 열렸다.ⓒ데일리굿뉴스

32년만에 방한…"경계 허물고 희망으로 치유해야"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큰 섭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하는 오만함과 종교적, 교리적 이념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26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시 잭슨 목사(미국 침례교)는 먼저 이렇게 운을 뗐다. 예멘 난민을 비롯해 동성애까지 여러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국 사회에 조언이 될만한 얘기였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사회적 현안을 짚음과 동시에 한반도 통일을 향한 자신의 비전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무엇보다 잭슨 목사는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온 것에 기대감을 한껏 표출했다. 그는 "남북이 평화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다"며 "바로 내일이 종전의 날이 될 것이다. 이제 정말 종전 협약을 할 시간이다"라고 확언했다.
 
그럼에도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 온 벽들, 즉 '두려움'으로 집약된 경계부터 허물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잭슨 목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벽들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우리가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앞섰기에 선을 긋고 벽을 쌓았다. 이제는 이 경계를 '희망적 실천'으로 허물고 서로를 이을 다리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한-미 군사훈련을 줄이거나 없애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늘리거나 서울과 평양을 완행하는 철도를 잇는 등 실질적인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잭슨 목사는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양 정상들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아름다운 광경을 또렷이 기억한다"면서 "서로가 이토록 적극적인 초대에 임했으며 소통하길 힘썼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계를 허물면서 한국이 누리고 있는 번영을 북한과 함께 누리기를 앞장서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권 운동가답게 북한 사람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한은 두려움 속에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희망 속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잭슨 목사는 "한국이 누리는 번영을 북한과 함께 나눠야 한다"면서 "남한이 더 발전됐다는 사실은 두려움에 놓인 자들을 희망과 치유로 돌봐야 한다는 의미다. 굶주림 해소와 교육의 기회 확대, 의료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현재 최대 이슈로 꼽히는 난민 문제에 관해서도 '긍정적인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예멘 난민 문제를 한 마디로 '자비의 문제'라고 정의했다. 잭슨 목사는 "전쟁 중인 고국을 탈출해 떠돌고 있는 난민들을 보며, 65년 전 한국 전쟁을 피해 피난 가던 때를 떠올려 보자"면서 "한국이 절망에 빠졌을 때 세상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상대를 대하는 '황금률'을 이 사안에 적용하면 정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교회의 역할'임을 상기시켰다. 우선적으로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보수와 진보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으신다"며 "하나님은 모든 이들을 품으시고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을 보살피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같은 사랑을 기억하며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모두를 공동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평화를 위한 시간이 됐습니다. 미국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평화를 만드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반전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지만,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박사가 말했듯, 도덕적 보편을 이루는 과정은 지난하지만, 그것은 늘 정의를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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