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감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 때문일 것이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에서 흐르던 플루트 연주곡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천상의 소리'라 불리는 플루트는 맑고 청아하지만 최고의 음역대를 내는 관악기다. 플루트의 아름다운 소리에는 플루티스트의 힘과 호흡이 반드시 뒤따른다. 그런데 1급 소아마비 장애와 심한 척추측만이라는 악조건을 이기고 플루티스트가 된 주인공이 있다. 바로 플루티스트 장은도 목사다.

상처투성이였던 어린 시절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은도 목사 ⓒ데일리굿뉴스

장은도 목사는 세 살 되던 무렵 바이러스에 의한 소아마비감염후유증(Polio)으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확진 후 일주일 뒤 통장님이 예방접종고지서를 돌리러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제 팔자라고 했지만, 제 장애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장 목사는 초등학교 입학 후 친구 어머니의 소개로 장애인 통합멀티시스템이 구축된 재활원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지하셋방에 여섯 식구가 살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영세민 판정을 받아 큰 혜택을 받게 됐다. 장 목사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재활원에서의 생활은 장 목사에게 육체적·정신적인 회복을 주었다.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재활 끝에 그는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었다. 매일 술에 취해있던 아버지와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서 마음 속 깊은 트라우마가 사라졌고, 성격도 밝고 사교적으로 변했다.

재활원에서 나와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한 장 목사는 아버지가 개조한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 어느 날 오토바이가 고장 나 힘겹게 하교하던 그의 앞에 한 선배가 나타났다. 선배는 장 목사의 가방을 들어주며 전도했고, 그는 며칠 후 선배를 따라 처음 교회에 가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인생을 바꾼 성령님과 플루트와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주님

많은 악기를 접한 장 목사에게 플루트는 유일하게 정복이 안 되는 악기였다. 플루트는 하반신 마비인 그에게 불가능한 악기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단지 도전의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척추측만으로 늘 소화가 안 됐는데, 플루트를 하고 나서 소화가 잘되고 몸이 좋아지는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깨달았죠. 주님이 제게 가장 좋은 것을 매칭 해주셨다는 걸."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레슨을 받을 수 없었던 장 목사는 음대를 찾아다니며 동냥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서울대 음대에 도전한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는 대입 실패 후 플루트를 멀리 했지만 인연의 끈은 길고도 질겼다. 4년 후 장 목사는 플루트로 대학원에 합격했고, 대학원에서의 인연으로 음악의 고장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다.

"논문지도 교수님이 같이 빈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도착하고 나니 이미 오디션을 준비해 놓으셨더라고요." 계획 없이 본 오디션은 당연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음악의 고장' 빈의 예술사립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그는 10년 과정을 만 6년 만에 마치고 최고연주자 과정을 취득했다.

장 목사는 당시 자신에게 큰 은혜를 넘치도록 부어주시는 이유를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그때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너는 나의 교회를 섬기고 나를 찬양하는 자들을 키워줬잖니!" 장 목사는 청년시절 논두렁길을 오가며 시골교회를 6년 동안 섬겼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봉사하러 홀로 논두렁길을 걷던 장 목사의 곁에는 어느새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하나님의 일에는 공짜가 없어요. 몇 십 배로 갚아주시는 분이에요."
 

 ▲1급 소아마비 장애와 심한 척추측만이라는 악조건을 이기고 플루티스트가 된 장은도 목사 ⓒ데일리굿뉴스


늦깎이 목사가 되기까지

한국으로 돌아온 장 목사는 말 그대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상의 영광은 하늘의 영광을 가리기 시작했다. 교만이 하늘을 찌르던 그때, 하나님은 그를 가만두지 않으셨다. "물질부터 관계, 건강 등 모든 것이 끊어지고 연단이 시작됐어요. 그제야 제가 과거 주님의 일을 하겠다고 서원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장 목사는 미루고 미루던 신학교에 입학했고, 2014년 12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장 목사는 자신이 받은 큰 축복을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해 되갚고 있다. 자선음악회를 통해 필요한 곳에 응급차량과 악기 등을 기증했고, 인도 등 해외의 어려운 교회를 위한 선교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선행들로 2013년에는 국무총리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기도로 집필한 간증집 <날마다 아프지만 찬란하게 노래합니다>를 출간했다. 장 목사는 마지막으로 성도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저뿐만 아니라 성도님들에게도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쓰게 됐어요.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것만 보고 급급해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인생 전체를 보고 속도를 맞추시는 분이에요. 하나님의 속도는 절대 느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가 없으니 완벽한 거죠. Do Not Give Up!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하나님은 여러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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