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산업계에 통용되는 원전의 중대사고 확률은 1로년(爐年=1기×1년 가동) 당 약 '100만 분의 일',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돼왔다. 원자력 관계 기관들은 이 공식에 근거해 원자력을 가장 안전한 발전 방식으로 설명했다.
 

 ▲원전은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일까? ⓒ위클리굿뉴스

 

 


여기에 친환경, 최첨단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저렴한 것으로 대중에게 인식돼 왔다. 하지만 1956년 영국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콜더 홀(Calder Hall)을 운용한 이래 구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스리마일, 일본의 후쿠시마 등 총 3차례나 노심이 용융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430 여기로 봤을 때 약 11년에 한 번씩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 반복되는 대형사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는 1986년 4월 25일 정기적인 유지 보수를 위해 정지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원자로 정지 후에도 계속 도는 터빈이 비상용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실험의 편의를 위해 모든 안전장치가 정지됐다. 이 실험 도중 조작자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초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소련 정부가 자랑했던 RBMK-1000(흑연감속 비등 경수 압력관형 원자로) 원자력발전소는 강철로 덮은 격납고 지붕까지 날아가는 대폭발을 일으켰다.

원자로 화재를 진압하러 출동한 소방관, 방화 헬기 조종사와 현장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인류가 경험한 첫 초대형 원전 사고였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는 이 사고를 '7등급 원자력사고(방사성 물질의 중대한 외부 방출로 수만 테라베크렐 이상의 방사성 물질의 외부 방출을 뜻함)'로 규정했다.

그린피스는 이 사고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약 20만 명이 사망하고 253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더 큰 문제는 33년이 지난 이 사고의 피해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7등급 원자력 사고의 불명예를 안은 곳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다.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는 '안전 일본'의 자부심이었다.

2004년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평과 결과 1호기의 경우 "1억 년에 한 번 사고가 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전에 대한 일본 특유의 결벽, 완벽한 내진 및 안전 설계,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 바탕이 된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에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14m가 넘는 해일이 원전을 덮쳤다. 지진을 감지한 원자로는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셧다운' 됐지만 이를 대체할 비상 발전체계가 가동되지 않았다.

노심 냉각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가 끊겨 노심의 온도는 계속해서 올라갔고, 원자로 냉각을 위한 해수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원자로 3기가 노심용융을 일으켜 폭발하고 말았다. 예측 범위를 벗어난 자연재해 앞에 완벽을 자랑했던 안전 설비들은 무용지물이었고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들은 패닉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원자력 발전은 당대 최고의 기술이 총 집약되어 설계되고 운용된다. 하지만 위 두 사례에서 보듯 사람의 실수와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자연재해 앞에서 안전을 자신했던 전문가들의 호언장담과 과학자들의 통계는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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