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표된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430여 개 섬 가운데 교회가 없는 섬은 절반이 넘는 230여 개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개월 간 사역자가 없었던 외딴 섬의 한 교회를 찾은 목회자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인천 이작도의 이작교회를 찾아가봤다.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이작교회. 박승로 목사가 부임한 뒤로 교회가 활기를 되찾았다.ⓒ데일리굿뉴스


행복한 섬 목회, 이작교회의 꿈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섬, 이작도. 이곳은 평균 연령 70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초고령 섬마을이다.
 
35년 전 이작도에 세워진 이작교회엔 몇 개월 동안 사역자가 없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을 다들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작교회를 섬기고 싶다며 찾아온 한 목회자가 성도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반가운 손님이었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이민목회를 한 박승로 목사는 섬 목회의 뜻을 품고 한국에 돌아왔다.

박 목사는 "젊은 교역자들이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섬에 가서 섬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낙도든 어디든 사역할 수 있다는 것, 설교하고 목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참 행복하다"고 전했다.

박 목사가 부임하면서 이작교회는 활기를 되찾았다. 그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 가족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젊은 가족은 교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김정미 씨는 "어릴 때 교회에 다닌 후로 35년 만에 다시 하나님을 찾았다"며 "목사님과 사모님, 모든 성도들이 정말 가족같이 반겨주셔서 오랜만에 교회에 왔다는 느낌도 없이 마음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행사도 봄 기지개를 활짝 켜기 시작했다. 언제 열렸는지 기억이 안 날만큼 모두들 잊고 있었던 부흥회와 헌신예배가 이작교회에도 열린 것이다.
 
지난 부활절에는 처음으로 낙도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승봉도 세 섬에 있는 5개 교회가 이작교회에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최규희 장로는 "박승로 목사님이 오셔서 아주 열심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고, 말 할 수 없이 기쁘다"며 "아직 교회에 빈 자리가 있는데, 더욱 열심으로 동네를 다니며 전도해서 추수감사절까지 다 채우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낙도 사역자를 도시 목회에서 실패한 사람, 실력 없는 목회자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도시든 섬이든 더불어 함께 성장할 때 모든 교회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이작도에 내려앉은 따스한 봄볕처럼 이작교회엔 새로운 희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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