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데일리굿뉴스
1997년 11월 22일, 한국이 외환부족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날이다. 이날로 부터 우리경제는 IMF관리체제로 복속되었다. 경제주권을 넘긴 국치일이다. 해외 언론은 한국경제를 혹평했다.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거품이었다”는 보도에서부터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등 비판과 조롱이 주류였다. 당시 우리 기업은 은행 대출로 몸집 불리기 경쟁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대기업은 못 쓰러뜨린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기대어 구조조정을 외면했다. 은행은 고금리 대출로 돈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정치와 사회는 부정 부패에 찌들었고, 정부는 고도성장에 취해 있었다. 경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정책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IMF관리 첫 해의 시련은 가혹했다. 2만 여 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고 160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국민의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량해고와 실직이 보편화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좋은 직장의 기준이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직업의 안정성을 첫째로 꼽을 수 밖에 없는 탓이다. 2001년 8월 IMF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상환하고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그 후 16년, 사회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경제력이 집중되어 부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나 지난해 말 849만 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0%를 넘는 수준이다. 소득의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최상위 10% 계층의 전체소득 점유율은 1999년 32.9%에서 2015년 48.5%로 높아졌다. 청년실업률은 97년 5.7%에서 지난해 말 기준 9.8%로 뛰었다. 빈곤의 구조화다.   

한국 기업의 지형도 바뀌었다. 기술집약형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30대 그룹 중에서 19개가 해체되거나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30대 상장기업의 현금유보액은 올 3월말 기준 700조 원에 달한다. 비상장 기업까지 포함하면 1천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30대 재벌의 자산총액은 200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수준이었다. 2015년 90.4%로 치솟았다. 자산의 비중은 30대 재벌 중에서도 삼성, 현대차, SK,LG등 4대그룹 집중화로 쏠리고 있다. 국가의 브랜드경쟁력은 정상으로의 복귀했다. 국가신인도를 보면 97년 투기등급인 B+에서 11단계나 상승해 AA로 치솟았다. 세 번째 높은 등급이다. 일본보다 높고 영국, 프랑스와 같다.        

IMF의 한국경제 구조개혁은 미완으로 끝났다.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의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했던 수탈의 시대라는 혹평도 있다. 문제는 그 후유증으로 인한 대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을 가진 대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고 성장은 정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위축되어 있고 소득의 배분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 양극화의 심화다.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소득증대 성장전략'과 동시에 산업구조 개혁을 손 놓아서는 안 된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에 쏠려있다. 서비스, 특히 국내시장에 갇힌 금융과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개도국 수준이라는 평가다. 외환극복 이후 15년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너무 안타깝다. 구조개혁, 더 미룰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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