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최근 청소년 사역자로 유명한 A 목사의 성범죄 사실이 보도되면서 목회자의 성윤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이맘 때 역시 국내 대표적인 청소년 사역단체 대표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수년 간 성추행을 한 것이 알려져 충격을 준 지 얼마 안돼, 또다시 목회자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것. 한국교회에서 목회자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원인과 대책을 살펴봤다.
 
▲목회자의 성범죄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이게 교회냐'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성폭력 원인…'목회자 중심' 권력구조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발생하는 목회자의 성범죄는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목회자의 성적 일탈로 교회는 물론 사회 전반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성범죄로 검거된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성직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연일 터져 나오는 목회자의 성범죄 사건에, 교계 안팎으로 강한 비한 여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목회자의 성범죄가 교회의 다른 어떤 문제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궁극적으로 보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신앙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기독교를 떠나버리게 된다"며 "목회자가 저지르는 성적 비행은 단순한 비행을 넘어서 한 사람의 신앙마저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중대한 범죄가 교회 내에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목회자 중심의 권력구조와 잘못된 위계 문화를 교회 성폭력의 뿌리 깊은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성폭력은 성욕의 문제라기보다 권력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회 내 성폭력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폭력 사건을 살펴보면 비단 여성 뿐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사람들이 피해자로 놓이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교단 헌법'으로 교회 성범죄 처벌해야

현재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 교단이 징계할 수 있는 처벌 조항이나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교회의 법 제도 상에 허점이 존재하는 상황인 것.
 
그렇다면 해외 교단에서는 목회자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과 독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교단들은 목회자 성적 일탈을 중범죄로 인식하고 교단 헌법에 의해 엄중히 처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해외 교단들은 교회 자체에서 기구를 마련해 접수를 받고 피해자 상담을 진행하는 것까지 일괄적으로 맡는다"며 "게다가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원할 경우엔 형사처벌에 드는 비용도 교단이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 해외 교단은 교회 내 성폭력을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목회자의 성범죄 사건이 벌어지면 대부분 은폐·축소 수순을 밟는 한국교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교회 목회자의 성범죄는 목회자라는 권위를 악용해 일으킨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칫 '보여주기 식' 대처로 끝날 수 있는 윤리강령이 아닌, 교단헌법 개정을 통해 가해자를 엄중하게 징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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