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는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사회문제 중에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바 있다. 선교적 관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살펴보는 심포지엄이 개최돼 관심을 모은다.
 
▲비정규직 문제를 선교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21일 감리교 본부에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데일리굿뉴스
 
"계약기간 남았는데…문자로 해고 통보"
 
기독교대한감리회 100만전도운동본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는 21일 감리교본부 예배실에서 '100만 전도운동과 비정규직 제도'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고 100만 전도운동의 선교적 과제로 삼아 대안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김유선 박사(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는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 증가로 고용불안과 사회경제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 고용유연성, 노무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지만 모두 표면상의 이유"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도 발표된 일자리행정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중소영세업체에 비정규직이 몰려 있다는 통설도 반박했다.
 
사업체가 아닌 기업체 규모를 기준으로 조사한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정부는 224만 명(11.7%), 300인 이상 대기업은 534만 명(27.8%)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박사는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이 몰려 있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며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정부와 대기업부터 저임금 비정규직을 해소하는 정책을 운용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의 관점에서 노동의 의미를 조명한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학)는 노동은 죄의 결과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속한 일로 인간의 사명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유 교수는 "노동은 하나님의 형상이 반영된 일이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라며 "하지만 인간의 타락으로 본래 노동이 가진 의미가 훼손돼 기쁨에서 고통으로 바뀌어버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노동은 이 땅에 육체를 가지고 사는 동안에 주어지는 고통이 아닌 부활 이후에도 지속돼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비정규직이 야기하는 소외의 문제 역시 신앙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보호받지 못하고 해고 당한 뒤 농성 중인 노동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안진석 조합원(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은 "생산 목표를 무리하게 잡아 쉬는 날 없이 대체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인력 충원을 수없이 요청했지만 회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문자로 해고를 통보 받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명구 감독회장은 "이 무더위 속에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농성을 이어가는 여러분들을 위로한다"며 "감리교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과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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