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해야 한다는 데는 막연히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이러한 답을 내놓는다. 이러한 인식은 통일을 물질적 관점에서만 접근한 것으로, 영적인 관점에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장대신 남북위원회가 제2회 남북포럼을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분열과 대립 극복해야 진정한 통일 가능"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남북위원회(위원장 주도홍)가 17일 오전 백석대학교대학원 백석아트홀에서 '통일한국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2회 남북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설교를 전한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진정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열과 대립의 극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큰 위기는 '나와 다르면 틀리다'는 생각"이라며 "그리스도 십자가의 사랑으로 끊임없는 분열과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신천지 신도 수가 18만이라고 한다. 14만 4천 명이 목표라고 했는데, 벌써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서로 14만 4천 명 안에 들려고 경쟁을 한다더라"며 "기존 정통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시험 든 사람들이 신천지로 빠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하나 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 목사는 이어 "통일은 막연한 꿈과 환상이 아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통일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이 겸손하게 각자 맡은 일에 충성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통일은 영적인 문제…교회가 통일관 재정립해야"
 
강연자들은 한국교회가 '통일', '대북사역'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교회이기에 또한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윤영관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영적 위기는 통일 문제를 물질적 관점에서만 접근한 데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할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제언했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는 말로는 통일을 외치면서도 내심으로는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는 태도를 갖고 있다"며 "이 말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것,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박사는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독일은 자신들의 세대에 통일을 달성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기꺼운 마음으로 통일의 역사를 감당해 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독일의 한 언론에서 '한국인들은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돈 이야기부터 꺼낸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말씀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신주의를 배격하고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이웃사랑에 근거한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실천할 것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 교단 간 연합을 이룰 것 △한국교회가 연합해 탈북민 지원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선교 및 지원 모델을 개발할 것 등을 제안했다.
 
주제강연자로 나선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는 한국교회의 통일사역이 가시적인 성과보다 북한주민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표시가 나고 규모가 있는 사역보다 북한 주민의 피부에 가 닿는 사역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며 "대북 사역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울며 씨를 뿌려서 때가 되면 거둬야 하는 것이 북한 사역이며 그런 일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예장대신 남북위원회는 지난 2월 27일 성경적 통일론을 다루는 제1회 남북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