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선고만을 눈앞에 뒀다. 지난 석 달간 탄핵심판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를 헤치며 전진해왔다. 총 스무 번의 공개변론 동안 심판정의 분위기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 반복했다. 첫 준비절차부터 최종변론까지 심판 진행 방향에 영향을 준 결정적 장면들을 꼽아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수명재판관들이 입장하는 모습.

첫 재판부터 청와대 당황케 한 헌재
 
국민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탄핵심판 첫 준비절차 기일은 다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진성 재판관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시간대별로 밝히라고 요구하며 시작부터 상당한 긴장 모드가 연출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 가까스로 들어간 탄핵사유였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억지로 넣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요 쟁점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헌재의 요구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은 기본적으로 청구인이 사유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지만 '7시간'의 경우 반대로 대통령 측이 소명을 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본격변론 시작…증인과 숨바꼭질
 
탄핵심판은 지난 1월 본격변론을 개시했다. 그러나 정작 재판은 핵심 증인들의 잠적으로 수차례 파행하는 난항을 겪었다.
 
1월 5일 열린 2차 변론기일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영선·윤전추 행정관이 나오기로 돼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낸 건 윤 행정관뿐이었다.
 
특히 이 비서관·안 비서관의 경우 장기간 집을 비우며 헌재의 증인출석 요구서 자체를 받지 않았다. 요구서를 수령해야 출석 의무가 생기고 헌재가 '강제 구인' 카드를 쓸 수 있는 점을 고려한 듯한 고의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1월 10일 3차 변론기일에 소환된 '비선 실세'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역시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타나지 않았다. 본 재판 시작 후 일주일간 증인 7명 중 6명이 헌재를 피해간 것이다.
 
증인들의 송달 거부·불출석 사유서 제출은 심판 내내 이어지며 애꿎은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내부 이견 있었지만…퇴임 박한철 "3월 13일 前 결론" 공표
 
심리 초반 진행이 더디던 헌재는 1월 중순 최순실·안종범 전 수석·정호성 전 비서관·광고 감독 차은택·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증인석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모르쇠'로 일관한 최씨와 달리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등은 비교적 솔직하게 '국정농단' 의혹의 전모를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을 고백했고,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의 대통령 차명폰 사용 내역 확보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안 전 수석도 대부분의 일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 증언했다.
 
재판이 본궤도에 오르며 일각에선 1월 말 박 전 소장의 퇴임 이전 결론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1월 23일 8차 변론기일에서 증인 39명을 무더기 추가 신청했다. 박 전 소장 퇴임 전 선고는 어려워졌다.
 
朴대통령 인터뷰와 '태극기'의 반격
 
박한철 전 소장이 '3월 13일 이전 선고'를 언급한 1월 25일,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 측도 작심 행동에 나섰다. 우파 성향의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통해 자신의 탄핵사유와 형사사건 혐의를 일절 부인하는 방송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다.
 
인터뷰 내용은 특별히 새로울 게 없었지만, 박 대통령의 '육성'을 들은 지지자들은 세를 결집했다. 이른바 '태극기집회' 인원이 눈에 띌 정도로 불어났다. 공개 석상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정치인 역시 하나둘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심판정으로 이어졌다. 박 전 소장 퇴임 후 2월부터 재판장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이어받았다.
 
단호해진 이정미 '쾌도난마'…남은 건 결론뿐
 
대통령 측은 시간부족을 이유로 최종변론을 3월 2∼3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선 변론 장기화를 내심 원하는 대통령 측이 '충분한 심리'를 요청하며 실은 '지연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연기 요구를 받아들인 헌재는 최종변론을 2월 27일로 못 박고 대통령 출석 여부도 26일까지 밝히라 했다. 특히 대통령이 최종변론 이후 출석 의사를 밝혀도 새로 기일을 잡지 않을 거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출석을 포기했다. 한 대리인은 "재판부 분위기에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2월 27일 열린 최종변론은 6시간 30분간 진행됐다. 국회 측은 1시간 14분 동안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측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필두로 15명의 변호사가 5시간 동안 마라톤 변론으로 탄핵사유를 부인하거나 헌재 '8인 체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헌재는 최종변론 다음 날부터 결론 도출을 위한 재판관 평의에 들어갔다. 평의 기간은 전례에 비춰 약 2주가 예상되지만, 내부에선 '상당히 무르익은 상태'라고 한다. 법조계에선 3월 10일 혹은 13일을 선고기일로 예상한다. 선고일은 이르면 6∼7일 공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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