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원인은 로마 가톨릭의 ‘면벌부’(免罰符) 판매에 있지만, 그 배경에는 교회와 사회경제적인 측면이 결부돼 있다.

깊은 영적 시련에 빠져 있던 루터에게 로마 교황청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의 마음은 거룩한 도성 로마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당시 로마는 타락해 있어 더 이상 성지가 아니었다.

거리에는 술집, 걸인, 음녀, 도적들이 들끓었다. 만인의 성지여야 할 로마는 신앙이 주인이 아니고 돈이 주인이었다. 거리에는 걸인들이 넘쳐났지만, 교회는 그들을 돌보는 대신 베드로 대성당을 짓기 위해 헌금을 강요하고 있었다.

게다가 선행을 통해 의로워질 수 있다고 가르치는 공로주의에 따른 ‘면벌부’ 판매는 루터로 하여금 개혁의 깃발을 들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의 공로주의에 기초한 구원론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의 재산이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에 사용되기보다는 교회와 수도원을 짓는 일과, 교회에 화려한 장식품들을 채우는 일에 사용되는 것에 분노했다. 이러한 루터의 생각은 면벌부 판매를 반대하기 위해 비텐베르크 성교회 정문에 내건 95개 논제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그 가운데 43번 논제와 45번 논제는 각각 다음과 같다. “43.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필요한 사람에게 꾸어주는 것이 면벌부를 사는 것보다 선한 일이라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45. 가난한 사람을 보고도 본체만체 지나쳐 버리고(요일 3:17) 면죄를 위해서 돈을 바치는 사람은 교황의 면죄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진노를 사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디아코니아 신학자 슈트롬은 루터의 신학을 ‘총체적인 의미의 디아코니아 신학’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루터 신학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칭의론은 “하나님의 우주적인 구원 활동으로써 세상에 대한 섬김이며, 또한 의롭게 된 그의 자녀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왜곡된 세상의 창조물들을 회복시키는 봉사와 섬김의 활동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루터는 갈라디아서 5장 6절을 주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사랑의 행위가 그의 믿음을 뒤따르지 않으면 그는 참으로 믿고 있지 않다.… 행위 없이 믿음만이 의롭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진정한 믿음을 말하고 있다.

루터는 또한 로마서 서문에서도 이와 같이 말한다. “믿음만이 사람을 의롭게 하며 율법을 성취하게 한다. 왜냐하면 믿음은 그리스도의 공로로 성령을 임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령은 율법이 요구하는 것처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 따라서 선행은 신앙 자체에서 나온다… 신앙은 끊임없이 선행을 행하지 않을 수 없다. 믿음은 선행을 행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고, 묻기 전에 이미 행했으며, 또한 부단히 행하고 있다.”

루터의 개혁은 신학적 변혁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신앙적 실천으로도 이어졌다. ‘믿음으로 새로워진 이들은 사랑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종교개혁의 정신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 시스템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종교개혁의 신학과 그에 따른 디아코니아 실천은 오늘날 복지선진국인 북유럽 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오직 믿음만으로’를 외치다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 했다는 지탄을 받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큰 소리로 ‘오직 믿음만으로’를 외쳐야 한다. 왜냐하면 루터가 말한 ‘진정한 믿음’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디아코니아의 근원이자 추동력이기 때문이다.

[권득칠 총장 선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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