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살 경우, 건강을 보살피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건강검진을 받고 싶어도 고가의 비용 때문에 선뜻 병원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노동자를 위해 건강검진 지원에 나섰다.  
 
 ▲포천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가 병원에거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이주노동자 건강검진 지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 7000여명. 국내 주민 등록 인구 대비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에 거주하며 농장과 공장 등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은 정부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으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부담이 막중할 뿐만 아니라 언어 소통 등의 어려움이 있어서다.
 
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위해 강남중앙침례교회는 올 초, ‘요셉의 창고’ 프로젝트를 선포하고 이웃을 돕기 위한 헌금을 마련했다. ‘요셉의 창고’란 성경에서 요셉이 흉년기에 애굽의 백성들과 이웃 나라에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눴던 데서 착안했다.
 
코로나19 상황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모금한 결과 매월 30명씩 1년간 40만원가량의 건강검진 혜택을 360명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원 금액만 1억4,4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요셉의 창고’ 헌금을 이용해 강남중앙침례교회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천세종병원과 협력해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대부분 평생 건강검진을 처음 받아보는 이주 노동자들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된 필리핀 출신 마리칼(44) 씨는 “건강검진을 처음 해봤다”며 “교회의 지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며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회는 건강검진과 함께 치과치료도 지원한다. 한국살이 2년째인 떠잇 씨는 이번 가을 생애 처음 치과 진료를 받게 됐다. 위쪽 어금니가 모두 빠진 상태였지만 진료비 부담으로 치과를 가지 못하다 교회의 도움으로 치과 치료를 처음 받을 수 있었다.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이토록 이주노동자를 위한 사역에 힘쓰는 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교회의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복음을 들은 이들이 고국에 돌아가 그 지역을 변화시키는 선교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최병락 담임목사는 “교회가 한국에 와있는 이주 노동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건 이 당사자가 1차적 선교 대상이긴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앞으로 선교지에 진짜 필요한 조력자들을 보내는 역할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최 목사는 “코로나로 해외 선교가 어려워졌지만 눈을 조금만 들어보면 우리 곁에 이미 와있는 땅 끝 사람들이 250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돕는 게 선교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하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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